(2)DMZ평화이용론|한국서"큰일"변치 않는 미의 간접의사 표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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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통일문제「세미나」에 참석했던미국의「글렌·페이지」교수는 한국의 비무장지대 안에「통일공원」을 설치, 그 속에 농사문제연구소·양로원 등을 세울 것을 제안한 일이 있다.「페이지」교수의 제의는 매우 즉흥적인 것이었고 당시는 크게 주목되지 않은 채 넘어가 버렸지만,1년 뒤에 정전위「유엔」군 측 수석대표인「필릭스·로저즈」소장에 의한 비무장지대의 평화이용이 구체적으로 제안되어 두 구상사이에 어떤 맥락을 느끼게 한다.
비무장지대평화이용제의는 이것을 제기한 미국 측의 동기 내지 의도가 이러한 제안들에 의해 촉진될 한국문제의 진전방향을 암시하고 있기 때문에 자세한 분석을 가해볼 필요가 커진다.
첫째로 미·소·일·중공간의 화해분위기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4국 관계의 운영에 불안한 요인이 될 한반도정세를 완화시킬 목적에서 제기한 것이며, 미·중공간의 해빙추구과정에서 한 개의 장벽이 되는 한국에서의 양국대치관계를 해소하자는데 촛점이 맞춰진 것이다.
둘째로 한반도의 안정화에 목적이 있는 것이다. 한국의 상황에서 큰일이 발생하지 않고 그냥 지내길 바라는 미국의 입장에서 총을 들고 맞서있기는 하지만 그 총에 피차 안전 장치를 걸자는 얘기다. 세째로 남북간에 대화의 통로를 열기 위한 구체적 방안의 하나로 볼 수 있다.
한국정세에 대해 국제정치가 부여하고 있는 조건은 ①긴장상태의 현상유지→②작전개념의 불확대 원칙고수→③긴장완화의 모색→④남북간의 직접대화 및 교류의 단계적 발전개념인데, 비무장지대의 평화이용은 이에 관련된 예비작업의 한 단계로 보아야 할 것이다.
어쨌든 이러한 제의는「개선된 분단」상태의 모색을 위한 방안이며 그것은 또 통일의 길에는 더 도움이 되는 방법이라는데 의의가 있는 것이다.
긴장의 완화, 분단의 개선을 위해 재기되는 이런 제안의 실천적 효과는 결국 이것을 받아들여 구체화하려는 남북의 의지가 무엇보다 우선하는 기본조건임은 너무나 명백하다.
이 제안이 나왔을 때 이웃 일본의 논조는 분단 25년간에 제기된 최초의 가장 실현성 있는 평화 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북괴가 이 제안을 즉석에서 거부하고 그후 어떤 형태의 반응도 보이지 않음으로써 평화를 향한 최초의 현실적인 접근방법을 외면해 버린 것은 아직도 그 의지의 성숙이 요원하다는 점을 절감케 한 것이다.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을 실현하는데 있어 현실적으로 몇 가지 문제점이 있고 이에 대한 사정 해결방안이 준비되어야 할 것 같다.
무엇보다도 관리가 어려운 일이다. 한번도 접촉의 기회가 없었고 어떤 형태로든 공동노력의 경험을 가진바 없는 남북이 평화이용을 위한 공동관리에 직접 들어가기엔 큰 난관이 있기 때문이다. 먼저 평화이용의 대상이 되는 비무장지대의 구역을 소규모로 제한해서 시작하는 방법과, 그 행정적 관리를「유엔」이나 다른 국제기구에 맡기는 방안 등에 관해 연구해 봄직하다.
「오스트리아」의 경우, 점령국들이「비엔나」를 공동관리지역으로 선정하고 거기서 시작하여 전국적으로 확대해감으로써 통일된 중립국가 설립에 성공한 예는 매우 참고가 될 것 같다.
즉 비무장지대를 평화 이용할 경우 이것을「오스트리아」식 공동관리지역의 시발점으로 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관리를 국제기구에 맡기는 일은 지금껏 한국문제를「유엔」이나 국제기구에 맡겨본 결과 아무런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는 관점에서 비현실적이라는 비판도 나올 것이지만, 적어도 이러한 제안을 받아들여 실천할 수 있는 남북의 용태가 성숙하지 않은 지금 단계에서는 중간단계로서 국제관리의 비행을 도입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는 평화이용이 실현되어 남북의 농민 또는 어민들이 이 지대에 주주, 최초의 접촉을 하게될 때 생기는 문제가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북의 농민들이 생활이나 경제적 수준에서는 남의 농민들보다 뒤떨어지지만「이데올로기」무장에 있어 매우 훈련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전반적인 경제적·정치적 우월성이 강화되어야 할 뿐더러 실제로 이주할 농민들에게 현실적인 대북 교육을 시키는 방법 등이 검토되어야 한다.
문제의 해결은 결국 서로의 의지나 용의에 관건이 있다는 결론이 다시 한번 강조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고선된 분단」의 한 단계로서의 이러한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우리의 자세확립에 눈길을 돌려야 하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북의「밸런스·쉬트」를 각성해야 할텐데, 북에 대한 연구가 전혀 없고 정부와 학자들 사이에 관심의 교환이 없는 상태는 즉각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또 이와 같은 단계가 바로 큰 일이 나는 것처럼 받아들이고 있는 국민들을 올바로 계몽하고 반공교육을 현실화함으로써 기본조건을 굳혀가야 할 것도 분명하다.
의지의 성숙이나 자세의 정립을 남북간에 교호화하기 위해 폐쇄적 공산사회인 북괴를 완화하도록 정책면의 유연성과 주도성을 확립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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