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경 보존 이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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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경남 합천 해인사에 있는 국보 제32호「팔만대장경 판」의 보존을 위해 새로 설치한 판가가 소홀한 제작으로 말미암아 쓸모 없이 방치돼있다.
이 판가는 판당 안의 대장경 판목에 볕이 들고 비바람이 치며 특히 공기소통이 잘 안돼 지난해 9백여 만원의 예산으로 판당안에 다시 세운 것인데, 그 판가의 소나무가 덜 마른 데다가 습기가 차고 송진이 흘러내리는 등 준공 8개월 째인 이제까지 방치상태에 있는 것이다. 이로 말미암아 대장경 판은 장마 중에 곰팡이가 함박 피어 국조의 안전보호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대장경 판은 상판당(1백65평) 하판당(1백65평)및 동판당(17평) 서판당(17평) 보안문(1평) 등 4동3백65평의 60간에 간수돼있는데, 해인사 측은 응급조치로 구들장을 놓고 불음 매어 습기제거를 하고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 온돌시설은 나무로 가득 찬 판장에서 한층 위험스런 일로서 보는 이들의 격분을 사고있다.
경북대 서수성 교수는 판당의 구조상 남풍이 불 때와 북풍이 불 때의 통풍방법을 이용해서 건축된 것인데 오랜 세월이 지나는 동안 지화 현상이 일어나 습기가 차고있다고 밝히고『우선 시급한 방법은 판건 주변을 둘러싼 울창한 나무를 잘라 공간을 넓혀주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또한 문화재관리국이 시공한 신설 판가가 설계자체도 무실하며 무리하게 겨울공사를 서둘렀기 때문에 이 같은 결과를 빚어냈다고 지적하고『판가용 소나무는 적어도 3개월 이상 그늘에서 말려야한다』는 점을 들었다.
이밖에 퇴색해 가는 대장경 판당의 단청공사와 방화시설을 위해 문화공보부에서 올해예산 중 1천3백만원을 책정했으나 아직도 자금 배점을 해주지 않고 있는데, 사찰 측은『금년엔 어려울 것 같다는 소식』이라고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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