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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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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세대 차」-. 이것은 비단 한국만의 사회문제가 아니다. 열화같이 번져 가는 젊은 세대의 반항, 그것이 몰고 온 심각한 문제들은「유럽」에서는 어떤 파급현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일까. 최근 구주 유력지들에 보도된 각국별『세대 차에서 오는「갭」』과 그 타개책에 관해 적재한다.
서독에서「세대 차」의 문체는 50대 이상의 구세대와 새 세대가 아주 동떨어진 사회에 살고있기라도 하듯이 심각한 실감을 자아내고 있다. 결국 이것은「바이바르」공화국이나「히틀러」의 제3제국과 독일연방공화국이 시차를 초월하여 공존하고 있는 것과 비유될 수 있다.
격동했던 독일팽창주의, 뒤따른 영토의 분할축소를 지켜봤던 전전세대들 중에는 고향을 소련·「폴란드」에 빼앗긴 실량민들이 많다. 이들의 사고방식은 1950년 이후 독일연방공화국에서 태어난 젊은이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또 이들 사이엔 공통점도 별로 없다.
이들은 두 번의 세계대전과 두 번의 경제공황에서 겪은 고초를 뼛속 깊이 새기고 있고 독재자의 무도한 통치로부터 겪은 쓰라린 피지배의 경험을 간직하고 있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보다 안정과 현상유지이다. 이들은 경제적으로 잘 사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 사상은 되도록 이면 멀리 하려할 뿐더러 자유시장경제만이「도그마」없는 자유와 안정의 화신이라고 생각한다.
정당은 그들이 표방하는 실리주의를 자랑으로 여기며 극적인 개혁에는 주저를 항상 금치 못한다.
비록 사회정의를 위한 개혁이 시급할 때 일지라도 이들은 현상유지를 위한 변명에 무한한 열의를 기울인다.
반대로 전후 안정되고 번영하는 사회에서 자라온 젊은이들은 구 세대의 이러한 안이한 보수적 태도와 권위주의에 것은 교육·사회제도에 불만과 염증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동독은 지나치게 공산주의를 신봉하며 서독은 지나치게 자본주의에 빠져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1968년「피크」에 이른 학생수조의대대적인 시위는 그들의 이러한 구 세대에 대한 불만과 정치의 비정에 항거하는 적의의 표현이다.
대부분이 중산층 가정 출신인 이들 시위학생들은 근본적으로 무정부주의자들 아니면 반 권위주의자들이다.
겉으론 비슷한 구호를 내걸지만 노동자들이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는 없다. 극좌파학생들이 시위를 주도한다고 해서 그들이 공산주의자들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그들은 공산사의의 조직적인 사회구조에는 더 견디지 못할 것이다.
세대간의 격차문제는 여러 가지여서 단지 부모의 연령이 비교적 젊다고 해서문제가 쉽게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부모가50세 자녀가 2O세인 경우를 들어보자. 이 부모는 「히틀러」치하의 심한 불경기 중에서 자라 19,20세 때엔 떼죽음을 당할지도 모르는 전쟁터로 끌려갔다.
그들은 자기들의 전 세대들이 독일을 그런 위기의 벼랑으로 끌고 간 것에 울분을 터뜨리고, 풍비박산된 조국을 새로운 독일로 건설하는데 전력을 다 했다.
그들은 이제 새로운 독일의 건설에 성공했지만 그들의 역사적인 업적을 후세들로부터 칭송 받기는커녕, 당장 자식들로부터의 반발에 직면하게 됐다.
이들 부모들은 그런 자식들과 같이 호흡하기 위해 노력도하고 좀더「리버럴」해지려고도 하지만「팝」음악·마약·「마르크스」·「마르쿠제」그리고「섹스」에 탐닉되어 부모들 눈엔 불건전하게 보이는 자식들과 대화의 통로는 이미 막혀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이젠 대화의 모색 보단 대화의 회피가 그들 사이의 지배적인 분위기를 이루고있다. 자식들은 실업, 군포, 전쟁포로,「스탈린그라드」등등 부모들이 만들어 놓은 어휘들에 진절머리를 내고있다. 상호불신과 경멸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과학적으로 실시된 여론조사에 의하면 1970년도의 l6,17세의 서독학생들의 성 경험 율을 1966년도의 20,21세 학생들의 성 경험비율보다 높다.66년도에 17세 학생들의 성 경험비율이 남자 7%,여자2%이던 것이 7O년도엔 각각25%,30%로 급상승했다.
젊은이들도 세례·견신례·결혼식 등 일반의식면에선 여전히 종교와 밀착된 생활을 하고있지만 그들의 개인생활과 종교는 차차 멀어져가고 있다. 대신 회의주의의 풍조가 만연되고있다.
젊은이들은 물질주의와 회의주의가 가져온 정신적 공백을 종교에서 배우려는 시도는 하지 않는다. 서구 어느 나라보다도 서독은 더 미국의「팝」문화에 영향을 받고있다.「티모디·리어리」박사,「윌리엄·버로」등 미국「히피」문화의 영웅들은「런던」에서보다「뮌헨」에 더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것은 단편적인 징후에 지나지 않는다. 오늘의 독일을 이룩한 주역은 구 세대였고 그들은 독일을 구제하는 길은 경제적인 기적의 참조뿐이라고 생각했다. 번영은 왔다. 그러나 번영 속에 자라난 젊은이들은 그들이 참여할 수 있는 보다 인문적인 사회를 갈망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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