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안테나>전기에 선 『한·일 경제 협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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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내주 초 동경서 열릴 제5차 한·일 각료회담은 양국간의 경제협력이 새로운 차원으로 이행하는 전기를 마련하게 되리라는 점에서 특히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연3년째 이 회담에 한국 측 수석대표로 참석하는 김 기획도 4일의 기자회견에서 이점을 강조한바있지만 사실상 한·일 경제협력은 이제 여러 면에서 일대 전환이 불가피한 단계에 와있다.
65년의 국교정상화와 함께 시작된 한·일 경제협력은 해를 거듭하면서 계속 확대돼왔다. 금년7월말까지 일본에서 직·간접으로 도입한 상업 차관액(인가기준)은 모두 6억5천8백만불로서 전체의 32%, 공공차관액(70년 초 현재)은 약1억2천만불로서 전체의 약14%를 점하고있다.
한편 직·합작투자액(재일 교포 제외)이 6천64만불로서 전체의 25%, 기술도입 건수는 1백89건, 70%이며 무역「사이드」에서는 지난해의 수입액이 8억9백만불로 40%, 수출이 2억3천4백만불로 28%였다.
이러한 여러 분야의 협력 내용을「랭킹」으로 요약해보면 우리 나라의 대외경제협력에서 차지하는 일본의 비중이 얼마나 큰 것인지 더욱 선명해진다.
즉 한국의 일본에 대한·의존도는 상업차관·기술도입·상품수입 등 세 가지 분야에서 단연1위이며 공공차관, 직·합작투자, 상품수출 등 나머지 세 분야에서는 미국에 이어 2위를「마크」하고 있다.
이는 거꾸로 일본의 대한 의존도(한국과 같은 정도는 아니겠지만) 역시 크다는 사실을 뜻하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두 나라 사이의 경제협력관계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 긴밀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까지의 경제협력은 진정한 의미의 경제협력이라기보다는 배상 성격이 짙은 정치협력의 산물이었다.
그것은 지금 특히 강조되고있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간의 협력필요성에 입각한 것이 아니 고 어디까지나 65년의 이른바「청구권협정」에 기초를 둔 것이었다. 이를테면 무상3억, 유상2억, 그리고 상업차관 3억불「플러스」「알파」라는「약속된 협력」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진 「제한된 협력」이었던 셈이다.
때문에 무대를 서울과 동경으로 바꾸어 가면서 매년 한번씩 열려온 각료회담에서는 으례 기본 협정의「카테고리」안에서의 협력문제가 중점적으로 다뤄졌으며 그 이상의 협력에 대해 일본측은 냉담한 태도를 견지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협력체제는 선진국 대 개발도상국이라는 도식 하에 이뤄지는 새로운 차원의 협력체제로 전환돼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뿐만 아니라 한국은 내년부터 3차5개년 계획에 착수한다. 이의 수행을 위해 한국은 4O억불에 가까운 외자를 새로이 도입해야 할 것으로 계획되고 있으며 2차 계획 때 보다 약50%가 더 많은 것은 이왕에 도입된 외채의 원리금상환 부담이 누적돼있기 때문이다.
2차 계획에 대한 일본의 협력은 청구권협정에서 약속된 범위를 크게 넘어서지 못했으나 개발계획 수행에 상당한 보탬이 됐으며 미국의 유·무상 지원도 활발했다.
그러나 3차 계획의 외자조달여건은 전혀 판이해졌다. 「닉슨」행정부의 외원정책은 70년대를 맞아 일대 개혁이 가해졌으며 그에 따라 무상원조는 이미 종결됐고 개발차관과 잉농물 원조 등의 다른 지원도 점차 축소되는 추세에 있다.
개발도상국 지원에 있어서 일본을 비롯한 여타 선진국의 참여를 강조하고 있으며 특히「닉슨·독트린」은 아시아 지역 국가들의 경제개발에 있어서 일본협력의 비중을 높여 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외 미·일·중공접근 움직임은 한국으로 하여금 새로운 좌표를 설정하지 않을 수 없게 하고 있다. 이러한 정세변화와 유례없이 높여진 대일 의존도는 한·일 경제협력을 새로운 방향으로 확대, 발전시켜가야 할 과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3차 5개년 계획에 대한 일본의 협력여부는 이 계획의 승패를 좌우할 것이며 그만큼 이번 회담에서는 한·일경협의 범위를 확대하는 한편 성격과 내용에 일대 전환을 이룩해야할 어려운 과제를 정부는 안고있는 셈이다.
사실 한·일경협의 성격은 지난해의 제4차 회담을 계기로 이미 변질되는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 예로서는 대한원화차관(1억불)공여, 대한「뱅크·론」참여, 직접투자의 급격한 증가 등을 들 수가 있다.
특히 7월말의 한·일 협력위 모임에서 대일 차관 업체의 사후지원문제가 논의됐다는 사실은 금후의 협력방향에 대한 하나의 중대한 시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물론 이번 회의에서「프로젝트」를 구체적으로 제시, 교섭하는데 까지는 안가겠지만 한국측은 3차 계획에 대한 협력범위의 제정을 제의할 것이며 일본측이 이에 대해 어느 정도의 반응을 나타낼 것인지가 주목된다 하겠다.
이번 회담에서는 이밖에도 원화차관 미사용 5천만불에 대한 조건 타결문제를 비롯, 서울지하철차관 8천만불 및 신규 선박차관 5천만불, 중공업분야 4대 핵심공장 건설에 대한 협력문제, 그리고 해묵은 숙제인 무역불균형 확대개선 문제 등 현안이 토의될 예정인데 원화차관 5천만불과 지하철차관 등 몇몇 분야에서는 구체적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변도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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