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급선무」와 대만|「도크·바네트」 <미 「브루킹즈」 연구소 선임 연구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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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닉슨」미 대통령의 중공 방문 발표가 있자 가장 관심 끈 문제는 대만의 처리와 「유엔」에서의 중국 대표권 문제였다.「컬럼비아」대에서 중공 문제 담당 교수로 있다가 최근 미국에서 손꼽히는 「딩크·탱크」라 할 수 있는 「브루킹즈」 연구소 선임 연구원으로 옮긴 「도크·바네트」 교수의 의견을 들어본다.
「닉슨」 대통령은 20년이 넘는 중공과의 적대 관계를 매듭짓고 미국의 국적은 이제 북평과의 관계 개선 및 정상화를 필요로 한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미국의 대 중공 자세에는 허다한 대척적인 면과 변칙적인 요소가 있다. 북평과의 『정상적이고도 건설적인 관계』를 바란다고 확언하면서도 「워싱턴」은 아직도 국부를 중국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태도를 공식적으로 견지하며 본토의 중공을 승인 않고 있다.
중공은 대만의 『해방』에 강경한 태도로 임하고 있으며 미국은 국부와 방위조약을 맺고 이에 관여하고 있다.
국부·중공 두 정권은 대만이 중국의 명백한 영토라고 주장하는데 반해 미국의 공식적 태도는 이 섬의 합법적인 지위가 미정으로 앞으로 결정 될 문제라고 보고 있다.
국부의 지도자들은 「광복 대륙」이라는 「슬로건」을 내거는데 반해 대만 원주민의 대부분은 자치적이거나 독립적 형태의 해결을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양측의 열망에 대해 어느 쪽도 뚜렷이 뒷받침 해주지 않고 있다.
미국은 이러한 문제뿐만 아니라 「유엔」에서의 대 중국 정책에 대해 결정할 시기에 도달했다. 미국이 20년 동안 「유엔」에서 추구해 온 대 중공 정책은 전면적인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그러나 중공으로서도 더욱 유연성을 보여 대만 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하자는 종래의 요구를 포기하겠다는 뜻을 보이지 않는 한 미국이 어떤 태도를 취하든 미·중공 관계는 그대로 불투명하게 남을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우선 종래의 대 중공 정책의 기본이었던 두 가지 원칙, 즉 국부가 전 중국의 정부라는 뒷받침과 중공의 「유엔」 가입 반대 정책을 수정해야 할 것이다. 「유엔」 문제에 관한 한 미국은 국부·중공이 모두 의석을 가진 「2개의 중국」안을 지지해야 할 것이다.
대만은 정치·사회적으로 안정 돼 있으며 경제력에 있어 개발도상국의 선두에 있고, 인구 면에서도 「유엔」이 회원국의 3분의2 이상 보다 훨씬 많다. 또 설령 대만이 중국 본토와 통합된다 하더라도 가까운 장래에 실현되지는 않을 것이므로 「유엔」에서 별개의 정치 단위로 활동 못할 이유도 없다.
또한 미국으로서는 국부의 전 중국 정부라는 주장을 배제하는 한편 대만의 실질적인 정부라는 점에서 공식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지원 해줄 입장에 있다. 대만에 대한 군사 공격에 개입은 하되 대만을 미국의 군사 기지화 하지 않겠다는 점을 뚜렷이 해야 한다. 또한 대만에 있는 미군과 군사 시설을 모두 철수하겠다는 의향을 밝혀야 한다.
미국으로서는 대만의 법적 지위가 미정이라는 종래의 태도를 견지하는 한편 중국 본토와 통합되든, 독립되든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되면 어떤 형태라도 반대하지 않겠다는 점을 명백히 해 둘 필요가 있다.
현 상황에서 미국은 대만에 대한 군사 관계를 전면적으로 포기한다는 점은 고려할 처지가 못된다. 미국이 대만 방위를 취소하겠다고 결정한다면 미국의 우방들은 이를 미국과의 조약으로 맺은 의무에 대한 무책임한 포기라고 생각할 것이다.
특히 그 파급 효과는 동남아에서 극히 불안하게 나타날 것이다. 예를 들면 일본도 대미 관계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여 독자적인 재무장 정책을 취하도록 이끌어 「아시아」의 정세가 일변함은 물론 사태는 더욱 악화 될 것이다.
따라서 「베를린」이나 「이스라엘」과 같은 분쟁 지역과 마찬가지로 대만도 적어도 기본적인 조건이 바뀔 때까지 미국은 제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
미국이 현재 대만에 대해 실질적으로 지고 있는 유일한 책임은 외부의 군사력에 의한 변혁을 방지하고 공격을 방어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은 대만에 특정한 체제의 정권을 수립하거나 이를 보충 해 줄 의무는 없는 것이다. 미국이 대만의 독립을 지원해 준다는 것은, 현 시점에서는 중공이나 대만 원주민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어 바람직한 일이 못된다.
또 대만을 중공에 통합시키되 지금은 안 된다는 식의 태도를 보여 중공으로 하여금 유연성을 보이게 한다는 정책도 우선 대만 내부에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을 야기시키리라는 것은 의심할 나위 없다.
요컨대 대만이나 중공으로 하여금 미국은 사태가 어떻게 진행되든 평화적으로 해결되는데 동의할 것이며 최종적인 정치적 해결에 결정적인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점을 밝혀두는 것이 미국으로서는 가장 바람직한 태도이다.
따라서 대만 문제 해결의 열쇠는 시간이다. 장개석과 모택동의 사망, 대만과 중공의 사회·경제·정치적인 변혁, 대만 원주민의 자치 압력 및 일본·대만의 경제적 유대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 들게 될 것이다.
좌우간 대만 문제는 지금 당장으로서는 간단한 탈출구가 없기 때문에 장차 해결될 문제이며 또 그렇게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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