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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한일 협력 위원회의 결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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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동경=조동오 특파원】
「닉슨」 미 대통령의 중공 방문 결정 때문에 전례 없이 일본 재계가 동요한 가운데 열린 한일 협력위 제3회 총회는 일본 「페이스」에 완전히 말려든 채 31일 폐막됐다.
그러나 30일 밤 기초된 폐막 공동 성명은 종전의 두 차례 총회에서 강조되던 ①한반도의 긴장에 대한 관심 표명 ②특정 짓지 않았지만 북괴·중공, 심지어는 소련까지도 가상한 극동에 존재하는 위협에 대한 공동 인식 ③자유중국의 존재에 대한 중시 경향 ④월남에 대한 언급이 깡그리 자취를 감추고 그 대신 미국의 한일 양국과의 사전 사후 협의 없는 기습 외교에 대한 강력한 불만이 새로이 표시됐다. 한국이 국제 무대에서 중도적인 일본의 입장에 동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이것이 전진인지 후퇴인지는 앞으로의 역사 진전이 가름할 것이지만 분명한 한국의 방향 전환만은 주목을 끌었다.
30일 정치·경제·문화 각 분야의 개별 토의가 끝난 후 한국 측 소식통은 정치에서의 양보 이유를 실리를 취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닉슨」의 방중 성명 전만 해도 한국측은 한중일 3국의 연대화를 주장해 왔지만 이번 한일 협위에서는 자유중국과의 연계를 소극화하고 일본이 한국과 자유중국을 따로 인식해 준 것은 오히려 다행으로 생각하고 만족한 것도 한국 민간 외교의 변질로 받아들여져 주목을 끌었다.
한국이 강경했던 안보 자세를 유연화한 대신 공동 성명은 『약진하는 한국의 지위가 「아시아」의 금후의 정세 추이에 극히 중요함에 비추어 한일간의 협력 관계에 대해서는 정부간 차관의 확대, 무역 불균형의 시정, 수출 산업 발전 촉진을 위한 일본 시장의 문호 개방, 특혜 관세의 확대 등에 주의를 환기하기로 했다.』는 한국의 경제적 요구를 전적으로 받아들여 오는 8월10일부터 동경에서 열리는 한일 각료 회담에서 반영시키기로 했다.
정치는 일본, 경제는 한국의 일방적인 요구가 관철된 채 폐막된 한일 협의는 『세계는 평화 기조 위에 서 있다.』(안 회장의 말)는 것을 양국이 새로이 인식하고 한국의 경제 발전에 일본이 전적으로 협력키로 했으나 「닉슨」 성명 후의 첫 민간 외교로서 「변질된 한국의 시국관」이 노정된 것은 여러 모로 의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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