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영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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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어느 날 「마릴린·몬로」를 닮은 여자가 법정의 증인석에 나왔다. 「틴바울프」 판사는 「넥타이」의 매듭을 만지작거리면서 심문을 시작했다.
『그저께 저녁엔 무얼 했는가?』
『네, 어떤 남자와 함께 있었읍니다.』
그 여자는 답변했다.
『그럼 엊저녁엔?』
『네, 또다른 남자와 있었지오.』
판사는 몸을 뒤치락거리며 이번엔 조용한 음성으로 물었다.
『오늘 저녁은?』
이때 저쪽 검사석에서 『이의있읍니다』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 여자는 오늘 나와 선약이 되어 있습니다.』
-미국작가 「베네트·서프」의 농담집에 나오는 이야기.
각설하고-
최근 어느 피의판사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은 항간에 분분한 화제를 던져주고 있다. 기각·재신청·재기각으로 영장은 일단 잠적하고 말았지만, 그 파문은 국회에까지 번져가고 있다. 문제는 그 구속영상의 신청에 있다. 『검찰은 왜 굳이 영장을 신청해야 했었느냐』는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구속은 형사소송법상 구인과 구금을 포함한, 신체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뜻한다. 형소법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로서, 주거부정, 증거인멸의 염려, 또는 도망할 염려가 있는 경우에 한해서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도록 했다. 「의심」만으로는 구속의 요건이 되지 못한다.
또한 신체의 자유를 함부로 침해하지 않도록 법은 그 폐해의 방어까지도 보장한다. 대륙법계는 그 기간을 제한하고 있으며, 영미법계는 필요적 보석의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가령 미국에선 연방법에 따르면 체포된 범인일지라도 치안판사의 면전에 동행되어, 죽을 죄를 짓지않는 한, 그냥 보석이 허용된다.
역사상 구속만능의 시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것은 악몽의 무법천지인 「나치」시대에나 있었던 일이다.
우리나라 형소법은 전기한 대륙법계와 영미법계 양자를 모두 채용하고 있다. 구속기간도 지정되어 있고, 또 피고인의 보석도 이유있을 때는 당연히 허용된다.
구속의 필요성은 수사의 진행, 형의 집행확보를 위해 인정된다. 그러나 이것이 정치적 또는 심리적인 압박으로 이용될 수는 없다. 그 때문에 구속을 함부로 할 수 없도록 헌법은 엄명을 내리고 있다.
민대법원장은 하필이면 문제된 공판의 선고일을 하루 앞두고 그 담당판사에 대한 영장이 신청된 것은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으로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영장신청 자체가 그 엄연안 물증일 수 있는 상황에서 검찰은 어떻게 그것을 해명할 수 있을 지 궁금하다. 제백사유감천만의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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