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정지한 「키신저」 중공방문|미 고위관리가 처음으로 밝힌 미·중공 접근의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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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닉슨」 미대통령의 중공방문을 타결 지은 「키신저」 안보보좌관의 북평 방문결과와 대중공 접근을 결정하기에 이른 미정부의 진의 등은 「닉슨」 대통령의 공식발표를 제외하고선 『고위 정통소식통 담』이라 해 단편적으로 전해졌을 뿐이다. 「닉슨」의 극적인 발표가 있은 다음 날 서부 백악관에서 한 고위관리가 기자단에 배경 「브리핑」을 해 주었는데 「닉슨」-모 회담 가능성, 「닉슨」 방문 전의 미·중공 국교 정상화의 실현성 희박, 20개 맹방들에 대한 사전통고, 「루마니아」 국가원수의 주선 등 지금까지 확실히 알려지지 않은 부분만 간추려 본다. <편집자주>
「키신저」 보좌관의 이번 여행은 대통령이 2년 동안 정지작업을 하고 3개월 동안 준비했다.
49시간 동안의 북평체재 중 20시간 가량 회담했는데 미측에서 「키신저」와 3인, 중공측은 외교부와 타기관 정부 고위관리가 참석했다.
회합의 분위기는 사무적으로 명확하고 수사어는 쓰지 않았다. 「키신저」-주 회담에서 솔직하고 직접적인 이야기 밖에 하지 않았다. 유익한 이야기였다고 믿는다.
U2기 사건으로 「아이젠하워」의 방소가 취소됐던 전례에 비추어 「닉슨」 대통령의 중공방문 때 중공영공 정찰비행을 중지하겠다는 보증을 주었느냐는 질문이 있었는데 「키신저」-주 회담의 실질적 내용을 밝힐 수는 없다. 양측 모두 장기적인 목적을 염두에 두고 책임있는 방법으로 행동했다고 생각한다.
주은래가 「닉슨」 방문의 답례로 방미하는데 대해서는 양측 모두 한번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키신저」 보좌관은 북평에 갈 때 「닉슨」 대통령의 방문초청을 알고 있었다.
「키신저」 보좌관이 주은래 이외의 누구와 만났는지 밝힐 수 없지만 모택동과 만나지는 않았다. 모택동은 당의 주석으로 공적인 정부지위에 있지 않으므로 수상인 주은래가 외교 의례상 초청한 것이다. 그러나 「닉슨」이 북평에 가면 모택동과 회담 할 것으로 생각된다.
미국측으로서는 최초의 제안을 한 이래 중공측이 이를 수락하고 거부없는 조건하에서 모든 것을 제안했다.
이 결정을 내림에 있어 가장 고통스러웠던 것은 이것이 우리의 오랜 우방들의 입장을 해롭게 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였다. 이미 확립돼 있는 「패턴」을 깨뜨린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이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중공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고에 입각해 수행되던 세계정책을 전부 재고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닉슨」 대통령의 북평방문 기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5월은 최종기한이다. 그 이후가 되면 미국정계의 당파적 측면에서 보는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할 염려가 있다.
이 문제에 관여된 사람은 대통령·국무장관·「키신저」 보좌관의 3명이다. 그외 2, 3명의 고급 백악관 요원이 이를 알고 있었다. 「로저즈」 장관은 대통령이 「로스앤젤레스」에 간 사이 20개국 대사에 전화로 사전통보를 했다. 이것은 대통령 발표가 끝나기까지 통보가 완료되도록 「타이밍」에 주의를 기울였다.
사전통보를 해 준 나라는 중화민국을 최초로 소련 등 20개국이다.
「닉슨」-주은래 회담에서는 아직 추측할 수는 없으나 국교수립 같은 것 보다 장기적 또 중기적인 문제에 보다 많은 언급이 있을 것 같다.
「키신저」 보좌관의 방문 때 「닉슨」 중공방문의 조건은 제시받지 않았다.
중공과의 관계개선에는 2개의 단계가 있었다. 하나는 정권 1년반의 기간에 미국은 처음으로 대화의 용의가 있음을 북평에 전달했다. 금년 봄부터 탁구외교 등 구체적인 단계에 들어간 것이다.
미정부 사절단이 북평에 가는 경우 과연 환영을 받을 것인가, 가서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가, 목적은 무엇인가 등 여러 가지 기술적으로 어려운 문제들이 가로놓여 있었다.
대통령특사의 파견은 이미 4월에 결정되었으나 「키신저」로 지명된 것은 5월이었다. 「닉슨」은 「키신저」를 보내면서도 모든 세부적 지시를 스스로 했다. 그는 두꺼운 지시사항 서류를 수주간에 걸쳐 스스로 검토했다.
이번 방문을 주선함에 있어서 예비적 의견교환에 누구누구가 참가했는지는 밝히고 싶지 않다. 그러나 「차우세스쿠」 「루마니아」 국가원수가 중공 지도자들에게 개인적 견해를 전하려고 노력한 것만은 사실이다. 대통령의 방소에 대해서는 일체 추측하고 싶지 않다.
대통령의 방문계획 발표는 중공에 대한 정식 승인은 아니다. 왜 중공이 이러한 타개책에 응하느냐에 대해서는 그 동기를 추측하지 않겠다. 다만 중공인민들이 성실한 국민이므로 이 문제를 우리들과 마찬가지로 의의깊게 생각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번 가을의 「유엔」총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는 가까운 장래에 국무성이 발표할 것이다. 어쨌든 약간의 영향을 미칠 것만은 틀림없다. 그러나 대통령의 북평방문 전에 중공과의 국교정상화로 실현되지 않을 것이다.
월남전은 영향을 받게 되는 범주에 든다. 그러나 어떤 영향이 미칠 것인가는 추측할 수 없다.
대통령이 방소 용의는 충분하나 중공방문과 같은 시기가 가장 좋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리고 실효있는 성과가 기대되면 언제라도 소련과 회담할 용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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