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경제 view &

금융 취약계층 어떻게 보호할 건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1면

이강태
비씨카드 사장

최근 동양그룹 사태로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내용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금융회사에서는 금융소비자 보호 총괄책임자를 지정해 금융소비자 보호 업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하도록 되어 있다. 또 상품 개발부터 사후관리까지 금융의 모든 과정에 단계별 소비자 보호체계를 마련해 놓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금융상품 관련 사고가 계속 일어나고 있으며, 가장 직접적인 피해는 상대적으로 소외된 금융 취약계층에 집중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예전 저축은행 때는 5000만원 이상의 예금자 보호가 문제가 되더니, 지금 동양에서는 기업어음(CP)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렇듯 어렵게 대책을 마련하면 또 다른 기관이나 분야에서 문제가 터지고 있다. 그래서 항상 사후약방문이다. 금융은 실물이 있는 일반 상품처럼 직접 보고 만지고 체험한 후 구매할 수 없는 상품이다. 사전 관리·감독하는 것이 힘들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했을 때 피해가 매우 크기에 반드시 개선해야 하는 과제다. 그렇다면 어떻게 금융 취약계층을 보호할 수 있을까.

 금융상품 소비 패턴은 크게 금융상품 판매 전(Pre-sale), 판매(Sale), 사후관리(After-sale)라는 3단계로 분류된다. 각각의 단계에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소비자 보호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효율적이다.

 첫째, 금융상품 구매 전 단계에서는 금융과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이해가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이 같은 금융상품에 대한 이해를 돕는 사전 교육이 필요하다. 특히 금융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교육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먼저 판매자에 대한 정확한 교육이 전제되어야 한다. 금융기관의 영업장은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직원들을 모아서 교육하기 어렵다. 금융상품들이 점점 복잡해져 금융기관에 근무하는 사람들조차 생소하고 잘 이해가 안 되는 상품이 많다. 파는 사람도 상품을 잘 모르는데 어떻게 소비자 측면에서의 리스크를 정확히 전달할 수 있을까? 그래서 우선 영업직원들이 상품에 대해 잘 알아야 하고, 그 다음에 이들이 상품의 특성과 리스크에 대해 정확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다음에는 객관적인 금융교육기관이 있었으면 한다. 그래서 소비자가 전반적인 금융상품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특정 금융에 대해 설명을 듣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금융상품 판매자와 소비자 간의 정보 비대칭을 해소해야 한다. 금융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가장 큰 이유는 금융 취약계층의 경우 사회적 약자가 많아 상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금융기관에 비해 정보의 양이 부족한 정보 비대칭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금융상품 소비단계에서 이 같은 비대칭 현상을 해소하지 않으면 금융 취약계층은 지속적인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를 해소해줄 수 있는 직접적인 방법은 공공성을 띤 금융상품을 개발하는 방법이다. 일례로 현재 국내 가장 큰 투자자이며 세계적인 볼륨을 가진 금융기관인 국민연금을 통해 미국의 K401, IRA연금 상품처럼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해 이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면 안정적인 투자를 기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셋째, 금융상품에 대한 재보험제도를 운영하자. 최근 금융당국에서도 금소처 신설 논의 등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감독 강화는 모두 사고 발생 이후에 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금융상품 자체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금융상품의 예상 수익 중 일부를 소비자 보호를 위한 ‘공제’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즉, 금융상품의 리스크에 따라 금융상품 판매 회사가 예상되는 수익 중 일부를 ‘공제’ 형태로 적립하는 일종의 재보험이다. 해당 기간 동안 문제가 발생치 않은 금융상품에 대해서는 비용을 제외한 적립 공제액을 판매사에 돌려주고 사고가 생기면 피해자에게 보상해 주는 방식이다. 만약 금융회사의 부도나 상품의 불완전판매가 발생한 경우 이처럼 공제된 금액에서 보험처럼 일부라도 보전해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금융상품은 자기가 스스로 판단하고 그 결과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지는 것이 원칙이다.

이강태 비씨카드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