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바다에 누워 … 부산서 조망권 놓고 초고층 분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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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쪽빛 바다, 휘황찬란한 야경. 창 너머로 이런 풍경이 펼쳐지는 아파트에 살면 어떨까.

 부산 앞바다 조망권을 두고 마천루 분양전이 벌어진다. 2008년 초 이후 5년여 만에 부산 바닷가에서 초고층 아파트들이 주인을 찾아 나선다. 그해 금융위기 이후 분양시장에서 초고층 고급 아파트의 명맥이 끊기다시피 해 이번 분양전은 부산뿐 아니라 전국에서 고급 주택 수요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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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시 남구 용호동 용호만매립지에 들어서는 69층 W(1488가구)와 해운대구 중동 옛 한국콘도 부지에 건립되는 85층 엘시티(882가구)가 다음 달 분양된다. 85층은 현재 국내 최고층 주상복합아파트인 해운대 두산위브더제니스(80층)보다 높다.

 W와 엘시티는 부산 앞바다와 광안대교를 볼 수 있다. 부산 바다 조망권은 수억원대의 재산가치가 있다. 올해 1월 1일 기준 국토교통부 공시가격 자료에 따르면 해운대 두산위브더제니스 전용 118㎡형의 경우 바다 조망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3층은 3억8400만원인 데 비해 조망이 탁 트인 51층은 3층의 2배 정도인 7억6400만원이다. 조망권 가치가 전용면적 3.3㎡당 1000만원가량 되는 셈이다.

 광안대교의 ‘명품 야경’은 W에서 좀 더 잘 보인다. W는 광안대교 진입부 바로 옆이다. 수영구 남천동과 해운대구 우동을 잇는 7420m 길이의 광안대교는 시간대·요일·계절별로 나눠 10만 가지 이상의 다양한 색상을 낼 수 있는 경관 조명시설을 갖추고 있다. 엘시티에선 3㎞ 떨어져 있다.

 두 단지 모두 전용 85㎡ 초과 중대형 주택으로만 구성돼 있다. 꼭대기층 최고급 주택인 펜트하우스는 전용 244~245㎡형(약 100평형, W 2가구, 엘시티 6가구) 몫이다. 엘시티가 단지 이름(LCT, Luxury City)에서 알 수 있듯 더 고급스럽다. 펜트하우스를 제외한 주택형이 전용 144~187㎡형이고 평균은 165㎡다. W는 중형인 전용 99㎡형부터 다양하고 평균 크기가 129㎡로 엘시티보다 작다.

 입지 여건도 다소 다르다. W 부지는 매립지에 새로 조성된 주거지다. 주변에 7000여 가구의 아파트가 밀집해 있다. 대연고·동천고 등 각급 학교가 많이 들어서 있어 교육 여건이 괜찮다. 엘시티는 해운대해수욕장 옆이고 해운대관광리조트 개발사업으로 시작된 휴양형 복합단지다. 전망대와 호텔·워터파크·쇼핑몰 등을 이용할 수 있다.

 W 시행사인 아이에스동서 박정훈 홍보팀장은 “죽은 공간을 없애 실제 사용면적이 넓은 실속형 아파트”라고 말했다. 엘시티 박수근 대표는 “바다 조망을 즐기며 휴식과 쇼핑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분양 성공의 관건은 만만찮은 분양가다. W가 3.3㎡당 평균 1500만원 정도로 보고 있다. 용호만매립지에서 가장 인기 있는 단지 시세가 3.3㎡당 1200만~1300만원 선이다. 엘시티의 3.3㎡당 평균 가격은 2500만원에서 3000만원 사이로 예상된다. 2008년 초 나온 인근 초고층 아파트인 해운대 아이파크와 해운대 두산위브더제니스 분양가보다 3.3㎡당 1000만원가량 높다.

 부동산114 이영래 부산지사장은 “조망권과 상품성이 좋지만 불경기 속 고가 상품이어서 분양률이 빠르게 오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업체들은 그동안 공급이 별로 없었던 고급 주택을 기다리는 수요가 충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 바다 조망권을 욕심내는 다른 지역 수요도 있다는 것이다. 해운대 아이파크 계약자 10명 중 1명이 서울·수도권 거주자였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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