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5)-방학생활의 지도|서용택<인창 중고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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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여름방학이다. 학부모들은 학교의 직접적인 지도권을 잠시나마 벗어난 학생들의 생활을 따뜻하게, 그리고 알뜰하게 보살펴 쥐야 할 때가 됐다. 우선 방학 설계를 슬기롭게 꾸미도록 돌봐야한다. 아침 일찍 일어나기, 집 안팎 쓸고 닦기, 온 몸 냉수마찰하기, 세끼 밥을 제시간에 잘 먹기, 오전 시간을 두문불출 공부에 전념하기, 저녁까지의 오후 시간은 건전한 「레크리에이션」으로 충당하기-대개 이런 것들이 지도 내용이 되어야 한다고 머릿속에 그려본다.
일찍 일어나서 집 안팎을 쓸 때, 위아래 이웃집 앞도 말끔히 비질을 하게 일러준다면 더욱 좋겠다.
세수할 때 남학생 같으면 수영 「팬티」로 갈아입고 얼굴만 씻을게 아니라 온몸을 냉수 마찰하도록 일러둔다면 최량의 「컨디션」을 항상 유지할 수 있고, 따라서 식욕이 왕성하여 요즈음 자칫하면 설사하기 쉬운 여름철 주전부리의 유혹을 여유 있게 물리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조반 후 오전 4시간은 학과에 몰두하도록 조용한 환경을 조성해 줄 일이다. 여유 있고 늠름한 생활태도가 바람직하기에 오후시간은 건전한 오락과 운동, 그리고 휴식을 즐기도록 권장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한다.
바둑, 교양을 위한 가벼운 독서, 안정성이 보장된 곳에서의 수영, 또는 탁구, 정구 등 편협하고 무미건조한 인간이 되지 않게 세련된 교양과 취미를 갖도록 지도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앞날의 「리더쉽」을 기르는데 있어서도 매우 요긴한 일이다. 「레크리에이션」을 말했지만 만화·통속소설, 밉지 않은 도박 등 저속한 취미에 탐닉하여 「지성부재」의 비극을 자초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보살펴줘야 하겠다. 저녁을 먹은 다음 가벼운 운동 또는 산책을 시켜서 취침 전까지의 몇 시간을 조용한 심경으로 학과와 대면하게 습관을 붙여 주는 지도 또한 소홀히 할 성질이 아니다.
학생시절 방학을 어떻게 보내느냐는 것은 한사람이 인생 전체를 어떻게 보내게 되는 것과 바로 관계가 있다는 것을 명심시켜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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