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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풍토 조성과 여성의 역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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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국여성단체협의회는 16일 「새 풍토 조성과 여성의 역할」이란 논제로 「그린·파크·호텔」에서 「세미나」를 갖고 한완상 교수 (서울대·사회학)의 「그릇된 사회의 원천에 관한 사회학적 고찰」과 윤태섭씨 (전경련 상무이사)의 「사회경제풍토 쇄신」에 대한 주제강연과 토의를 가졌다. 『부정부패 현상은 고립된 현상이 아니고 악순환처럼 얽혀 돌아가는 현상이기 때문에 일소나 근절은 불가능하며 다만 이를 극소화시키는 문제가 시급하다』고 지적한 한 교수는 부정부패의 극소화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으로 부정부패의 온상이 되는 여러 가지 사회조건을 사회학적 입장에서 다음과 같이 규명했다.
경제적 보수, 정치적 보수, 사회적 존경과 신망 등으로 나뉘는 사회가 그 성원에 줄 수 있는 「사회적 보수」는 무한하지도 않고 동등하게 주어지지도 않는다. 다만 사회가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소수인에게만 보수가 많이 분배되고 자격이 없거나 부족한 성원에게는 적게 분배되어 사회계층이라는 불평등 현상이 존재하게 한다.
따라서 타인보다 더 많은 보수를 얻기 위해 부정·부패방식을 택하게되어 이 보수량의 제한은 부정부패의 필요조건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부정부패를 유발시키는 보다 강한 원인변수는 그 사회가 갖는 상대적 사회적 보수량이 아니라 이의 분배방식이다.
따라서 비록 보수량이 제한되어 있다 하더라도 이를 공평하게 정의에 맞게 분배하는 한 부정부패 현상은 일어나지 않는다.
분배방식은 전 성원이 역사적으로 동의하는 문화적 합의에 의해 이루어져야 하며 이러한 공평한 분배방식이 후진국에 존재할 때는 비록 보수량이 적다 해도 부정부패는 야기되지 않는다.
한국에 있어서는 제한된 보수량, 족벌주의, 정실주의, 공무원의 박봉, 정치적 불안정, 현행선거제도 등이 부당한 분배를 촉진, 부정부패를 야기시킨다고 하겠다.
따라서 사회적 보수량과 이 보수의 부당한 분배에서 야기되는 부정부패의 극소화를 위해서는 공평한 분배에 역점을 둔 복지 정치사회개방정책이 우선되는 과감한 제도적 개혁이 단행되고 합리적이고 도덕적인 조직운영 정신개발운동이 시작되어야 한다. 또 4년에 한 번 갖는 선거징벌행사 외에 부패를 감시하는 강력하고 건설적인 압력집단이 존재하는 정치 사회적 풍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한편 윤씨는 우리사회의 각 부문에서 고쳐야 할 여러 현상을 정치·경제·사회·법치·행정의 측면에서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정치적으로는 정치 「코스트」의 팽창으로 경제정책에 특혜·낭비현상이 초래되었고 상대적으로 정치우위현상을 야기시켰다. 또 과도한 정치자금은 국민소비성향 증대와 국민생활기풍을 몰고 왔다.
경제적으로는 금융의 비정상적 운영, 경제성이 무시된 투자정책, 사회적으로는 근대화작업으로 빚어진 참된 가치관의 전도, 교육윤리의 변질, 물질·향락위주의 사회기풍이 만연되고있다.
따라서 이러한 현상들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정치제도를 재검토, 돈 안 드는 선거제도의 채택, 정치자금의 양성화, 특혜경제 근절, 세무행정의 합리화, 공무원의 처우개선, 교육기관에 대한 지원확충, 올바른 사고와 참되고 정직한 가치관의 확립 등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계속된 「패널」토의와 전체토의에서 이범준 교수 (이대·정치학) 와 박현서씨 (대한일보 편집부국장) 그리고 김순 교수 (서울상대·경제학)는 이러한 부정부패를 제거하고 새로운 풍토조성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여성들이 유권자의 입장에서 정치인을 감시하고 여성단체는 하나의 압력단체로서 부정의 근본적인 원인이 되는 제도적 모순개선에 적극적인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여성들은 여성들 자신의 생활을 반성하는 한편 가까이는 남편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한편 적극적인 사회참여로써 부정상품·모순된 행정제도를 지적 고발하여 개선하는데 힘을 모아야한다는 의견을 모았다.
그리고 부정한 수단이 능력으로 평가되고, 부정한 행동이 부끄러움으로 느껴지지 않는 전도된 가치관을 바로잡기 위해서도 여성들이 앞장서야 한다고 다짐했다.
이 「세미나」에는 협의회 산하단체대표와 각계를 대표한 인사 60여명이 참석했다. <권처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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