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리즈 자책점 0.87. 두산 마운드가 희망이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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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일간스포츠, 이원석(왼쪽), 오재원(오른쪽)]

야수 두 명이 쓰러졌다. 삼성은 물론 체력의 한계와도 싸워야 한다. 두산이 기댈 곳은 투수다.

두산은 27일 삼성과 잠실 한국시리즈(7전4선승제) 3차전에서 2-3으로 져 우승 굳히기에 실패했다. 0-3에서 2점을 따라붙었으나 9회 말 삼성 마무리 오승환을 넘지 못했다. 홈에서 2연패 해 막다른 골목에 몰릴 뻔했던 삼성은 한숨 돌리고 반격을 노리게 됐다.

두산 선수들은 3차전에 앞서 "다신 대구로 내려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5차전 안에 우승을 확정하겠다는 각오였다. 하지만 이제 4, 5차전 중 한 경기만 내줘도 6, 7차전이 열리는 대구로 가야 한다. 김진욱 두산 감독은 "시리즈가 길게 가면 갈수록 우리에게 불리하다"고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두산은 27일까지 포스트시즌 12경기를 치러 피로가 많이 쌓였다. 그동안 정신력으로 버텨왔으나 후유증이 없을 순 없었다. 주전 3루수 이원석과 주전 3루수 오재원이 각각 2차전과 3차전에서 부상으로 쓰러졌다. 둘은 남은 경기 출전이 어렵다. 비상이다.

두산은 선수층이 두껍다. 이원석과 오재원의 빈자리는 김재호와 허경민이 대신할 수 있다. 그렇다 해도 백업 역할을 해줄 선수가 없어져 전력 약화가 불가피하다. 여기에 1, 2차전에서 두자릿수 안타를 친 타선이 3차전 5안타로 막혔다. 역시 공격은 기복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두산이 의지할 언덕은 마운드다. 두산은 3차전까지 삼성에 6점만 내줬다. 1차전 2점, 2차전 1점, 3차전 3점으로 한 번도 무너진 적이 없다. 두산의 팀 평균자책점은 0.87로 철벽을 자랑하고 있다. 삼성 타선은 두산 투수진에 막혀 팀 타율이 0.187에 머물고 있다. 박한이와 정형식, 정병곤이 무안타다. 배영섭과 진갑용은 1안타에 머물고 있다.

정규시즌 4위 두산은 팀 평균자책점 4.57을 기록했다. 두산보다 투수진이 안 좋았던 팀은 8위 KIA(5.12), 9위 한화(5.31)밖에 없다. 넥센과 준플레이오프, LG와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의 열세를 예상한 전문가가 많았던 것도 마운드 약세가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포스트시즌 들어 이런 평가가 무색할 정도로 잘 던지고 있다. 두산은 한국시리즈 3차전까지 총 12경기 중 9경기를 3점 이하로 막았다. 가장 많은 실점은 넥센과 준플레이오프 5차전의 5점이다. 최대 약점이 최대 강점으로 바뀌었다.

게다가 두산 마운드는 갈수록 안정적이다. 넥센과 준플레이오프에서 2.45, LG와 플레이오프에서 2.31이었던 평균자책점이 한국시리즈 들어 1점 이상 낮아졌다. 노경은, 니퍼트, 유희관 등 선발 투수가 자기 역할을 해주고 불펜이 릴레이 호투를 벌이면서 삼성 타선을 효과적으로 틀어막고 있다.

적은 실점의 배경엔 적절한 투수 교체가 있었다. 김진욱 두산 감독은 이닝, 주자 상황, 상대 타자에 따라 맞춤형 등판을 해 위기를 넘겼다. 공이 들쭉날쭉한 홍상삼은 이닝 시작과 함께 올리고 배짱이 좋은 윤명준, 제구가 뛰어난 정재훈은 주자가 있을 때 믿고 맡겨 실점을 최소화했다.

김 감독은 "우리 팀 불펜이 약하다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두산은 선발 노경은과 유희관, 불펜 홍상삼이 1점씩 책임졌고, 2차전 선발 니퍼트를 포함한 다른 투수 7명은 모두 무자책점 행진 중이다. 투수 교체가 거의 다 성공했다.

정규시즌 팀 타율 1위(0.289)를 한 두산은 한국시리즈 들어 0.231을 기록하고 있다. 1차전(7대2 승)과 2차전(5대1 승)에선 각각 12안타, 10안타를 치며 막강한 공격력을 뽐냈다. 하지만 타선이 또 그렇게 터지기는 쉽지 않다. 결국, 희망은 지키는 야구다.

김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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