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0)-위험한 장난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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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어제가 초복, 지리한 장마와 곁들인 삼복더위는 앞으로 얼마나 더 심해질까. 아침의 첫 일과는 교실 창문 개방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로부터 연속되는 수업의 긴장감은 풀릴 사이도 없다. 재잘거리는 아동들의 말소리, 학교 주변의 갖가지 소음, 거기다가 요즈음엔 고상 소리가 하나 더 늘었다.
소위 「딱딱·볼」이라는 완구다. 유리알 같은 두 개의 공이 맞부딪는 마찰음은 탁하고 날카롭게 귓속을 파고들며 신경을 자극한다. 많은 어린이들이 새로 나온 이 완구로 때없이 곳곳에서 묘기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단단한 알맹이가 어린이의 눈덩이나 때리지 않을까, 끈이라도 풀어져서 알맹이가 퉁겨지는 때, 알맹이가 파열된다면…하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단단한 고체가 마주치는 연속음이 불안감을 더욱 높인다. 리듬도 없고 가락도 없는 그 소리는 신경을 날카롭게 할뿐이다.
대도시의 소음이 공해로 문제되고 있는 까닭이 무엇인가. 어린이들 마저 언행이 모두 거칠어지고 안정감이 결핍되어 가는 것이다. 정서 순화의 필요성은 날로 높아 가고 있건만 해결의 기미는 안 보인다.
당국자들은 이러한 문제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는 있는지…. 안전사고로부터, 불결한 음식물의 피해로부터, 또한 위해한 어린이용 완구로부터 우리 어린이들은 보호되어야 한다. 「딱딱·볼」이 완구로서의 교육적 가치는 지금 거론의 여지가 없는 성싶다.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놀이시설, 용구 등의 부족은 반대로 약삭빠른 상인들의 영리추구를 위한 기회를 만들어 준다. 아동 복지문제는 한낱 구호에서 멈출 문제가 아니다. 동심을 유혹하는 위해한 완구 제조업자들에게 상도덕을 촉구하고 싶다. 철없는 어린이들이 무사려한 상인들에게 희생되고 있는 현실을 우리는 똑바로 보아야겠다. 불량완구에 대한 문제는 불량만화 이상의 위험을 지닌 어린이들의 장래에 관한 문제이다. 불량완구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는 행정이 아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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