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산화·항염 뛰어난 오미자, 과육보다 씨에 영양소 가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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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자는 항산화효과 외에 간 기능 보호효과도 있다. 오미자의 쉬잔드린C 성분은 B형 간염 치료제로도 사용되고 있다.

맵고, 짜고, 쓰고, 달고, 신맛을 모두 가진 식품은 무엇일까. 이름에 정답이 있다. 바로 오미자(五味子)다. 조선 실학자 홍만선이 쓴 산림경제(山林經濟)에 따르면 오미자의 열매와 껍질은 달면서도 시고, 씨앗은 매우면서도 쓰다고 했다. 또 과육과 씨를 함께 먹으면 짠맛이 나서 오미자로 이름 붙인다고 소개한다. 이렇게 여러 맛이 났기 때문일까, 약효도 다양하다. 중국 명나라 때 명의 이시진이 쓴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신맛은 간, 짠맛은 신장, 매운맛은 폐, 쓴맛은 심장, 단맛은 위장을 보호한다고 쓰여있다. 허준도 동의보감에서 오미자는 허한 기운을 보충하고 눈을 밝게 하며 신장을 데워 양기를 돋운다고 썼다. 이런 오미자의 효능이 최근 과학적으로도 입증되고 있다.

비타민B1, 사과의 9.5배 함유

오미자의 대표적인 약리성분은 항산화효과를 나타내는 ‘리그난’이다. 화학물질의 일종인데, 각종 미생물과 해충으로부터 식물 자신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몸속에 들어가면 항산화물질로 바뀌어 세포손상을 막고 항노화·암발생 억제 효과를 나타낸다.

오미자의 든 리그난은 크게 4종류다. 쉬잔드린(Schisandrin)·쉬잔드린C(Schisandrin C)·고미신N(Gomisin N)·고미신A(Gomisin A)가 그것이다. 고려대 식품영양학과 서형주 교수는 “쉬잔드린 계열은 항산화효과가 강하고, 인지력과 간기능 개선에 효과가 있다. 또 여러 SCI급 논문에서 오미자의 쉬잔드린 성분이 비타민C·E와 비교해 활성산소 감소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고미신N은 피부 보호효과가 있고, 고미신A는 항염작용이 특히 뛰어나다는 논문이 다수 나왔다.

비타민B군도 풍부하다. 서 교수는 “비타민B군은 활력비타민으로, 피로회복을 위한 건강기능식품이나 약품의 주재료”라고 말했다. 오미자에는 비타민B군이 사과나 블루베리보다 훨씬 많다. 농진청이 2011년에 발표한 연구자료에 따르면 오미자의 비타민B1은 사과의 9.5배, 블루베리의 3.8배, 비타민B2는 사과의 26배, 블루베리의 5.2배, 비타민B3는 사과의 18배, 블루베리의 4.5배였다.

오미자는 피부에도 좋다. 동의보감에선 오미자 차 음용을 오래하면 피부가 맑아진다고 나와있다. 유럽피부과학회지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오미자의 쉬잔드린 성분이 햇빛에 의한 피부노화를 막는 효과가 있었다.

기침 완화에도 좋다. 경희브레인한의원 남무길 원장은 “옛부터 한의학에서 만성천식이나 기침을 멈출 때 오미자를 써왔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 건강정보란에도 오미자가 만성기침과 원기회복에 도움을 준다고 명기돼 있다. 그밖에 갈증해소·간기능개선·항암효과 등이 다양한 논문으로 소개돼 있다.

최근에는 아답토젠 효과로도 주목받고 있다. 아답토젠 효과란 육체적·정신적 능력을 포함한 신체의 전반적 에너지를 증가시키는 것을 말하는데, 스트레스 호르몬 등 나쁜 영향은 줄이고 좋은 물질은 증가시켜 몸이 건강하도록 항상성을 유지시키는 효과를 뜻한다. 유럽의약청에서는 오미자와 인삼, 가시오가피를 아답토젠 효과를 내는 대표 식품으로 선정한 바 있다.

차로는 씨앗 성분까지 섭취 어려워

오미자를 먹는 법은 다양하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차로 마시는 것이다. 말린 오미자를 깨끗이 씻고, 물 1ℓ당 20~30g 정도(한주먹 반)를 넣어 우려낸다. 찬물에 우릴 때는 12시간 정도, 뜨거운 물에 우릴 때는 3시간 정도면 된다. 물의 온도가 변하지 않도록 밥솥 보온모드에서 우려내면 좋다.

오미자청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말리지 않은 오미자를 씻은 뒤 오미자와 꿀(또는 설탕)을 1대 1로 넣어 발효시킨다. 발효 시 가스가 발생되므로 뚜껑을 느슨하게 닫는다. 60일쯤 지나면 오미자원액이 모두 빠져나오는데, 이후 체에 한번 더 걸러 보관하면 된다.

최근에는 오미자를 씨까지 먹는 사람도 늘고 있다. 오미자의 주요 약리성분인 쉬잔드린과 고미신의 80%가 씨에, 그리고 나머지 20%는 과육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한국기능식품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씨에 든 쉬잔드린·쉬잔드린C·고미신A·고미신N 등 유효성분은 g당 20.24㎎인데 반해 과육에 든 함량은 1.73㎎에 불과했다. 서 교수는 “우려낸 오미자차나 설탕청으로는 오미자의 씨앗 성분까지 섭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과육과 씨 속 영양성분을 함께 추출한 오미자제품도 출시돼 있어 이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배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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