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승착 175, 박영훈 16강 진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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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본선 32강전>
○·저우루이양 9단 ●·박영훈 9단

제16보(175~201)=백△로 끊겼을 때만 해도 바둑은 아직 ‘혼돈’이었습니다. 흑은 ‘참고도1’처럼 패를 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건데 백은 A 쪽에 무려 4개의 확실한 팻감을 갖고 있지요. 이 패는 백의 승리가 명백합니다. 귀가 죽는다면 중앙에서 번 것으로는 채산이 맞을 리 없지요.

 한데 175로 그냥 잇는 수가 있었습니다. 동네 5급이라면 가장 먼저 떠올릴 수인데 프로들은 이런 수가 가장 늦게 보입니다. 프로의 맹점이지요. 박영훈 9단도 어느 순간 이 수를 보고 크게 안도했다는군요. 175에 ‘참고도2’ 백1은 흑2로 한 수 부족입니다. 해서 176으로 막아야 했고 177에서 이 귀는 살았습니다. 바둑은 드디어 명암이 확실해졌습니다. 비세를 의식한 저우루이양 9단이 치열하게 버텼지만 박영훈 9단은 우하 귀를 살려주고 199, 201로 연결해 승리를 결정지었습니다. 235수에서 흑 불계승.

 박영훈은 두 번째 판도 불계승하며 16강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패배한 저우루이양도 세계챔프답게 나머지 두 판을 모두 이겨 16강에 갑니다. 그러나 두 기사는 16강전에서 약속이나 한 듯 탈락합니다. 박영훈은 중국 신예 탕웨이싱 3단에게, 저우루이양은 바로 한국의 박정환 9단에게 고배를 마십니다. 실력이 바늘 끝 차이가 된 오늘날, 세계대회에서 우승한다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지요. 박영훈 9단이 후지쓰배에서 우승한 건 2004년이니까 벌써 10년이 됐군요.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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