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소홀…무령왕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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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해방 후 최대의 성과를 기록한 공주읍 송산리에서 발견된 백제 무령왕릉 및 출토유물들은 관리당국의 성급한 발굴진행과 사후관리의 소홀로 지극히 위험한 지경에 빠져 있다.
왕릉은 문화재관리국 주관으로 발굴된 뒤 당지 공주박물관에 위탁, 관리되고있는데 일반 관람자에게 능이 개방되고 허술한 건물에 넣어놓은 출토품을 외부인에게 내보이는 등 관리보존에 커다란 맹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 유적·유물은 아직 전체수량이 파악돼 있지 않으며 분류·실측·기록·사진에 걸치는 본격적인 조사작업을 이제부터 착수하게 된다.
그럼에도 문화재관리국은 위탁관리인을 종용해 사사로이 열람시키고 혹은 귀중품을 서울로 가져오게 하는 등 유물관리상 허락되지 않는 처사만을 자행해 왔다. 부장품을 모두 정리해 낸 뒤 폐쇄토록 조처된 왕릉은 발굴반이 철수한 후 3일간에 수천명의 관람객이 내부를 들어가 보고 갔다고 이곳에서 공사중인 인부가 전하고있다. 가옥을 짓고 형식상 판자로 막았으나 그것은 수시 열 수 있게끔 작대기로 받쳐놓은 문에 불과하다. 능 내부는 대충 물건만 꺼냈을 뿐 엄밀한 검토가 시급한 형편이다.
왕릉에서 나온 일체의 유물을 수장한 국립박물관 공주분관은 허술하고 비좁은 곳. 이 박물관에는 유물창고가 없어 진열실 한 귀퉁이를 「베니어」로 가설했고 특히 금고조차 하나 없는 형편이다. 지난해 유물도난사건이 있었던 만큼 새로 건물을 짓지 않는 한 유물을 맡아 보관할 수 없다는 것이 국립박물관측의 견해이다.
또 인원도 분관장(3급을)과 사무직원 2명이 고작인데 인원지원조차 않고 있다.
이러한 실정에서 수량파악과 조사도 안된 유물을 넣어둔 가설창고에는 발굴책임자의 봉인도 돼있지 않으며 일부 큰 유물은 그곳에도 들어가지 않아 진열실에 수북이 쌓아놓았다. 그중 왕과 왕비의 관재는 가득한 진열장을 비집고 반입해 쌓느라고 부스러뜨려 전시실 「콘크리트」바닥을 온통 벌겋게 물들여 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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