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대안대학 개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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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골초였는데 입학을 계기로 담배를 끊겠습니다. "

3일 오전. 지리산 자락인 경남 함양군 백전면 평정리 녹색대학(www. ngu.or.kr)입학식에서 신입생 박종민(21)씨가 밝힌 각오다. 국내 첫 대안 대학의 입학식은 이렇게 진행됐다. 50여평의 강의실에서 진행된 입학식은 신입생 37명과 교수 전원이 지원 동기, 포부, 느낌 등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한 여학생은 "지난해 성폭행을 당해 세상과 등지고 살았는데,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우고 싶어 지원했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신입생들의 경력은 농민운동가.수녀.대졸자 등이었고 연령도 19세에서 47세까지 다양했다. 이들은 평균 3대 1의 경쟁률을 거쳐 녹색문화학.녹색살림학.생명농업학.생태건축학.풍수풍류학 등 5개 학과에 합격했다.

월~수요일까지 강의는 '환경과학'등 환경.생태 교과 중심이고 '전통무예''풍수 속의 한문''동양철학' 등도 배운다. 목요일에는 도서관에서 책만 읽는다. 금요일에는 학교 뒷산인 백운산을 등반한다. 교수와 학생들은 하루 세시간씩 의무적으로 농장에서 일을 하도록 되어있다.

총장은 장회익 전 서울대 교수가 맡았고 최창조 전 서울대 교수, 장원 전 대전대 교수, 허병섭 푸른꿈 고등학교 운영위원장, 한광용 전 대원과학대 교수 등 전임교수 10명과 초빙교수 25명 등으로 교수진을 구성했다. 등록금은 국립대 수준에 맞춰 학생들이 형편에 따라 자율적으로 내면 된다. 나머지 경비는 농장 수익금과 후원금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녹색대학은 시인 김지하.박노해씨, 문규현 신부 등 시민환경단체 인사 33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했으며 후원회인 녹지사(녹색대를 지탱하는 사람들)2천여명의 후원금 2억여원으로 폐교를 매입해 이날 문을 열었다.

함양=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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