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합동 군단의 창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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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주한미군 감축에 따라 새로 전방에 배치되는 한·미 합동 제1군단이 3일 창설되었다. 우선 그 편성 내용을 보면 군단장은 미군 측에서, 그리고 부군단장은 한국 측에서 각각 임명하고 참모는 혼성으로 구성하게 되었다.
또한 그 휘하 부대를 보면 미 제2사단을 비롯해서 한국군의 사단·전투단·해병 여단·미 제1군단 포병사·중대 규모의 태국군 등으로 구성되며 작전 지휘권은 미군 단장이 장악하게 되었다. 한·미 합동 군단이지만 국제군 또는 통합군의 성격도 가지고 있고, 175mm 곡사포·8「인치」포·「어니스트·존」등으로 장비 돼 있어 그 화력에 있어서도 상당히 강력한 군단의 출현이라고 할 수 있다.
한·미 합동 군단의 창설 의의는 주한미군 1개 사단이 감축됐지만 그에 띠라 군단 규모를 없앰이 없이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는 것과 그 상위의 미8군 또는 「유엔」군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는데 그것대로의 의의는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미 합동 군단의 발족돠 더불어 주한미군의 지휘 체제·지원 형태는 물론 한국의 국방 체제가 전반적으로 큰 전환을 필요로 하는 시점에 도달했음을 피부로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회고하건대 6·25때 주한미군 병력은 3개 군단 총 9개 사단에 달했었다. 이제 주한미군은 크데 감축되어 1개 사단 규모에,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미 제1군단마저 한·미 합동 군단으로 전환하게 되었다. 주한미군의 감축과 더불어 이미 전 휴전선은 국군이 전담하게 되었고 미군의 지원 형태도 주로 후방 병참 또는 공중 지원 등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는 두말할 것도 없이 한·미간의 군사적인 협조 체제의 차원이 종래와 크게 달라져 가고 있음을 알리는 동시에 우리의 국방 체제 또한 전기에 있음을 다시 한번 깨우쳐 주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미국에 대해서 비록 협조 체제의 차원이 그 방법이나 기술면에서 달라지고 있다 하더라도 전체적으로 한·미 협조 역량 내지 방위 유대는 더욱 증대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사태 하에서도 미국의 대한 방위 공약은 충실히 지켜져야 하며 주한미군 감축에 따른 대체 책으로서의 한국군의 현대화와 한국의 국방력을 강화하기 위한 지원을 강화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때마침 박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내한했던 「스피로·T·애그뉴」미 부통령과 세 차례에 걸친 한·미 정상 회담을 통해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아시아」정세를 분석할 뿐만 아니라, 한국의 안보 체제를 확립하기 위한 양국간의 보다 강력한 협력 방안에 관해 구체적인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문제가 어떻게 결말을 보았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이 없으나 한·미간의 새로운 문제로서 한국군의 「실링」재조정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듯 하다. 이는 주월국군의 철수 문제가 검토되고 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재조정되어야 할 문제가 제기된 것이라고 보겠으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한국의 국방력을 강화하는 방향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정부는 『제3차 경제 계획의 완성으로 자주 국방의 기반이 확립되는 76년까지는 한국군 수준을 감축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하고 있지만, 국군「실링」재조정 문제는 한국의 국방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데서 미국 측의 보다 성의 있는 협조를 바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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