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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에 한자 이름을 지어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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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중국 현지의 김치 유통량은 대단하다. 그만큼 많은 중국인이 김치를 좋아하게 됐다. 김치는 한식 세계화와 한국 문화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런데도 아직 한자 이름이 없다. 2001년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서 김치 규격을 제정하면서 표기를 ‘김치(Kimchi)’로 정했지만 한자 이름은 정하지 않았다. 중국에서 유통되는 김치 제품의 포장에는 ‘김치’라는 한글과 함께 ‘파오차이(泡菜)’라는 한자를 적는다. 파오차이는 자차이(<69A8>菜)·쏸차이(酸菜) 등과 함께 중국의 절임 채소다. 중국인들은 김치를 ‘한국 파오차이’ ‘매운 파오차이’ ‘바이차이(白菜) 파오차이’ 등으로 부른다.

 문제는 한자 이름이 없다는 이유로 우리 김치의 정통성에 도전하는 발언을 예사로 하는 현지인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심지어 일부에선 “파오차이와 자차이가 김치의 원조”라면서 맛·모양·갈래가 완전히 다른 한국 고유 식품인 김치를 중국 파오차이의 모방품이라는 주장까지 한다. 이는 일부 중국인의 오해와 함께 중국에선 반드시 한자 이름이 필요하다는 문화적 차이를 우리가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안타깝게도 중국인들은 ‘김치’라는 발음을 잘하지 못한다. 따라서 음이 가장 비슷하고 뜻이 통하는 한자를 찾아야 한다. 금(金)과 아름답다는 기(琦)를 합친 진치(金琦), 또는 김치의 옛 이름인 딤치와 비슷하면서 깨끗하고 맑다는 의미의 정(淨)과 기(琦)를 쓴 징치(淨琦)는 어떨까 싶다. 최근 열린 순천대 김치심포지엄에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양인규 팀장은 신치(辛奇)를 제안하기도 했다.

 김치의 한자 이름을 정해 산업 현장과 중국 현지에 정착시키는 일은 반드시 해야 할 국가적 사업이다.

박종철 순천대 김치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