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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4)「기대」를 건다|한무숙 <작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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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7월은 도시민들에게 바다로 휴식의 문을 열어 주고 농촌 사람들에게는 풍년의 희망을 안겨주는 달이다.
금년 7월1일은 무엇보다도 우리 헌정사상 민주주의의 새로운 계절이 열리기에 국민은 너와 나할 것 없이 희망과 새로운 의지에 넘쳐있다.
3선을 통한 제7대 대통령 취임식에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아낌없이 축하의 박수를 보내고자한다. 이제 새로운 헌정사의 한 장이 열리는 싯점에서 우리가 살아온 과거를 반성하고 앞으로 살아갈 미래를 성찰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오늘의 경사를 미래로 그대로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과거의 어두웠던 일부분을 밝게, 어려웠던 점을 쉽게 풀어나가야만 될 것이라 믿어지기 때문이다. 몇 해 전 어린이들의 고운 입에서 「공갈」이란 말이 습관처럼 흘러나온 것을 듣고 섬뜩한 마음을 지녔었다. 또 「공갈」이란 말이 「거짓말」을 뜻하는 것을 알고 아연했다가 이제는 예사가 되어버렸다. 예부터 어린이들이 사회의 심연에 도사린 거짓 없는 진실을 동요로 부르기 일쑤였다. 오늘날 「거짓」이 「공갈」로 통하는 어린이들의 말씨에서 우리 사회는 무엇인가 확실히 잘못되었다고 느끼게 된다. 사회의 저변에 불신의 씨가 뿌려지고 있지나 않는가…생각하면 이마에 주름살이 잡힌다.
이제는 너와 나뿐만 아니라 국민이 관리들을, 종업원이 업주를 믿고 살며 부지런하고 거짓이 없는 사람이 사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 국민이 뽑은 사람들이 국민을 배반하지 않고, 국민은 뽑아준 사람을 믿고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각자가 제 분수를 지켜 어른은 어른답게 아랫사람들을 올바르게 보살피고 아랫사람들도 충실하고 외람 됨이 없어야하겠다.
열두 식구가 발을 펴고 잘 수도 없는 판잣집에서 우글대며 살지 않아도 되고 진지했던 예술가가 생활난 때문에 타락하지 않는 사회, 진지한 배우들이 관객 없이 열연하는 일이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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