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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발판「민주」개화기로|취임사를 통해 본 4년 시정의 방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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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일 취임식과 함께 집권 「제3기」를 「스타트」한 박정희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앞으로 4년간 그가 펼칠 국정의 방향과 포부를 밝혔다. 『경제 건설의 토양 위에서만 민주주의의 꽃이 길이 피어날 수 있음을 체험을 통해 실증했고, 개발과 성장에 있어서도 민주 체제가 공산 체제보다 훨씬 능률적이라는 자유 이념의 승리를 기록했다』-. 5·16 군사 혁명 후 그의 10년 집권을 민주주의의 토양이 되는 경제 건설에 힘을 기울인 「내실기」였다고 스스로 평가한 박 대통령은 민주주의의 성장과 개화를 통해 공산주의를 이기고 민족 지상 목표인 통일을 이룩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표명했다.
박 대통령은 『경제 건설=민주 발전의 자양소, 민주 사회의 성장=통일 기지의 확보』라는 기본 정식을 설정하고 지금까지 추진해온 경제 건설을 제3차 5개년 계획을 통해 계속 밀고 나갈 뜻을 거듭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와 같은 말로 그의 근대화를 향한 근본적 지도 이념이 민주주의에 있었고, 민주주의의 참다운 구현을 위해서 경제 건설에 박차를 가해온 것을 설명하고 싶었던 것 같다.
취임사에서 박 대통령은 정치·경제·통일·안보·사회·문화 등 전반에 걸쳐 시경의 기본 방향을 제시했으며 특히 ①제도적 개선과 보완을 포함한 광범위한 개혁을 통해 「부정·부패」를 제거하겠다 ②농어민과 근로역군에게 충분한 보상이 돌아가도록 소득의 공평 배분에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선거 후유 파동으로 여야의 감정 대치가 날카로 왔던 67년에는 취임사의 상당 부분이 6·8 후유 파동과 관련된 국내 정치 문제에 대한 언급으로 차 있었던 것과 대조해서 이번 취임사는 그가 펼칠 시책의 기본 방향만을 담담한 「톤」으로 제시한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이 밝힌 기본 방향에 따라 구체적인 시정의 줄거리에 대해서는 김종필 총리가 곧 기자 회견을 열어 부연,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러한 움직임은 박 대통령의 「친정체제」의 변화라는 측면과 함께 김 총리의 「후계 가능성」과 관련해서 주목할만한 것 같다. 박 대통령이 취임사를 통해 제시한 정책 방향을 분야별로 정리해 보면-.

<◇경제>
제3차 5개년 계획을 성공적으로 매듭지어 국민 생활을 중진국의 상위권에 올려놓겠다고 한 것은 그의 선거 때 공약이었다.
①중화학 공업 육성 ②4대강 유역 개발 ③수출입국 ④농어촌 근대화 등에 역점을 두겠다고 한 박 대통령은『건설과 생산에 피땀어린 노고를 한 농민과 근로역군에게 충분한 보상이 돌아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대통령은 이러한 말로써 그 동안의 경제 성장 과정에서 농민과 근로자들이 겪었던 「희생」을 인정하고 소득 배분에 새로운 시책을 쓰겠다는 다짐을 한 것이다.
그가 집권했던 60년대를 『오랜 의타와 침체의 묵은 껍질에서 벗어나 자립과 중흥의 반석 위에 새 한국의 기초를 다진 기간』으로 평가한 것을 보면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의 토착화에 더욱 힘을 기울이는 일과 함께 경제적으로는 소득 재 배분 문제에 대해서도 눈길을 돌릴 만큼은 「여력」이 생긴 것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통일·안보>
박 대통령은 동서간의 점차 높아 가는 해빙기운과 함께 「핑퐁」외교로 표현되는 미국과 중공의 화해 「무드」등 우리 주변의 정세 변화를 통해 새로운 국제 조류를 평화 지향적인 것으로 진단했다. 이러한 판단을 바탕으로 국제 외교 무대에 『능동적으로 뛰어들어 외향적 참여를 강화하겠다』고 다짐했으며, 통일에의 접근을 위해 『과감하면서도 신중하게, 진취적이면서도 유연성 있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외교상의 신축성을 크게 강조했지만 북괴에 대해서는 『①8·15 평화 통일 제의의 거부 ②파괴적인 「인민 전쟁」수출 등 시대 착오적 교조주의 작풍을 버리지 않고 있다』고 비난하고 『평화 지향의 희망적 판단과 행동을 유보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통일·안보 문제에 대한 박 대통령의 기본 견해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곤 해도 국제 정세의 새로운 흐름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려는 그의 뜻은 충분히 나타났다 하겠다.

<◇사회 기풍>
「제3기」집권의 최대 공약 사항이었으며 그만큼 국민의 관심도 컸던 부정·부패 문제에 대해 『결코 일시적이며 전시적 편법이 아니라 예방과 치유의 기본 방향에서 제도적인 개선과 보완을 포함한 광범위한 개혁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박 대통령의 부정·부패를 퇴치시키는 「묘방」은 취임사를 통해서 드러나지 않았는데 구체적인 방안은 이미 결정되었으며 김 총리에게 그에 대한 실명이 맡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부정·부패에 대한 수술 방안이 「전비」의 곡직까지 가리는 혁명적인 것이 아니며 제도의 개선을 통한 「예방과 치유」에 역점이 두어져 있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부정·부패라는 표현 대신 『산업화와 민주화의 초기 과정에 따르는 사회 일부의 부조리 현상』이라는 표현을 쓴 것도 그렇지만 『일시적이며 전시적인 편법을 쓰지 않겠다』는 점을 밝힘으로써 다분히 사회 정화를 통한 「국민 운동적」방향이 될 것임을 나타냈다.
박 대통령은 『남을 탓하는 시간에 나 자신의 허물을 고치는 자기 정화를 생각하고, 거짓과 부정을 배격하는 그 의분으로 사치와 낭비를 몰아내고 근면과 검소·정직과 성실의 기풍을 일으키는 사회 혁신을 위해 지도적 지위에 있는 사람들부터 실천에 앞장서는 정신 혁명을 전개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이러한 말은 부정·부패의 일소라든지 서정쇄신 등의 과제는 내각의 차원에 맡기고 자신은 『근대 시민의 생활 이념을 일상화하는 정신 혁명』에 앞장을 서 그의 「마지막」임기를 명예롭게 장식하겠다는 뜻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억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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