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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 또 하나의 경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박정희 대통령의 취임식 날인 1일 새벽 청와대 뒤뜰에서 기르던 꽃사슴이 새끼를 낳아 또 하나의 경사가 났다.
한편 박 대통령은 30일 각국 경축 사절로부터 신임장을 받는 자리에서 이들에게 이조 백자를 복원한 도자기를 하나씩 선물.
이 도자기는 도예가 안동오씨가 만들었는데 그 위에 동양화가 월전 장우성씨가 그림을 그려 넣었다고.
취임식 전날인 30일 저녁에는 시내 어느 제과점으로부터 높이 1m50cm, 폭 2m의 대형 「케이크」를 취임 축하 선물로 받은 박 대통령 내외는 마침 초청한 서울 시내 4개 근로자합숙소 회원 5백38명과 이「케이크」를 나누었다.
대통령 취임식은 그때의 정치를 반영해 왔다. 초대 취임식에는 이승만·이시영 두 정부통령이 모두 한복 차림으로 나왔는데 이 대통령이 선서 때 헌법 조문에 없는 『나 이승만은…』 라는 말을 넣었다 해서 위헌 시비가 뒤따랐다. 동란중의 2대 취임식은 조촐했고 3대 때는 물러나는 함태영 부통령을 취임하는 야당 소속 장면 부통령보다 상좌에 모셨다가 야당의원의 즉석 항의로 자리를 바꾸는 촌극이 있었다.
행정 수반이 아니던 4대의 윤보선 대통령 취임식은 외교 사절도 국무위원도 참석치 않은 채 민·참 양원 합동 회의에서 있었고….
박 대통령의 6대 취임식은 재선거를 요구하는 야당의 「마이크」소리가 분위기를 흐렸지만 세 번째인 이번 취임식에는 야당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경축 사절도 매회 늘어나 5대 때 10여개국 84명, 6대 때 36개국 1백1명, 이번엔 59개국으로부터 1백83명이다.
경축 사절의 「무게」도 훨씬 달라져 「제5대」때는 「오오노」(대야반목) 일본 자민당 부총재, 「존·A·번즈」미「하와이」주지사 등이 왔었지만 「제6대」때부터는 일본에서 「사또」수상이 미국에서 「험프리」와 「애그뉴」부통령이, 자유중국과 월남에서도 수상 급이 참석.
취임식 전야 김용식 외무부장관 주최로 영빈관에서 열린 「리셉션」에는 59개국의 경축 특사와 국내 요인 약 4백명이 참석해서 성황을 이뤘다.
「애그뉴」 미 부통령·「키엠」월남 수상·장군 자유중국 총통부 비서장 등 수상급 특사를 비롯한 각국 사절들은 한국 측의 민복기 대법원장·김종필 국무총리 등과 어울려 환담.
특히 이날 상오 박 대통령과 1차 회담을 한 「애그뉴」미 부통령은 기자들에게 포위를 당했는데 옆에 붙어선 「포터」주한미 대사는 『이 자리는 기자 회견이 아니』라고 쐐기를 넣었고 「애그뉴」부통령은 『인사 교환이야 어떻겠느냐』면서 악수만 청했다.
조금 늦게 도착한 김 총리는 장내를 꽉 메운 손님들 때문에 움직이기조차 어렵게 되자 『어디에 누가 있는지도 모르겠다』면서 한쪽에 서 있었는데 「포터」대사가 재빨리 안내해서 「애그뉴」부통령과 얘기를 나누었고 「아프리카」 14개국 특사들에게는 외무부 직원이 1명씩 붙어 다른 손님에게 소개를 해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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