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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방 경축 사절의 서울 회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제7대 박정희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세계 59개국으로부터 참집한 1백80여명의 경축 사절이 현재 체한 중에 있다. 이토록 많은 외국의 귀빈들이 일시에 한국을 방문, 한자리에서 회동한다는 것은 좀처럼 있기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우선 원로 한국을 방문해준 이들 우방 제국의 사절들에게 충심으로부터의 경의와 환영의 뜻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비록 짧은 기간의 방한이라 하더라도 그 동안 한국의 실정을 두루 살피고, 이번 기회를 통해 한국과의 유대와 친밀감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줄 것을 바라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취임식을 전후해서는 관계국 수뇌와 우리 정부 지도자 사이의 연쇄 회담이 개최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박 대통령은 30일 「애그뉴」 미 부통령과 청와대에서 회담을 갖고, 주월 국군의 철수 문제와 「닉슨·독트린」에 따른 한국 안보 문제 등에 대해 광범위한 의견 교환을 가졌다고 하거니와, 동 회담은 2일 또는 3일에 다시 열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밖에 박 대통령은 월남의 「트란·티엔·키엠」수상, 자유중국의 장군 총통 비서장, 일본의 좌등 수상과도 개별적으로 일련의 회담을 가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국 사절들이 이번 한국을 방문한 목적은 물론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위한 의례적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들과 더불어 어떤 구체적인 안건을 가지고 외교적인 교섭을 벌이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고, 또 비현실적인 생각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처럼 많은 외국 귀빈들이 모처럼 서울에서 함께 회동할 기회를 가졌다는 것은 바야흐로 격동하고 있는 「아시아」와 세계 속에서 자유 애호 국가들의 평화를 위한 단결을 과시하고 「아시아」의 안전과 세계 평화를 다짐하는데 있어 절호의 기회가 됨직도 하다는 기대를 걸게 하는 것이다.
그 중에도 특히 한국을 중심으로 한 동부「아시아」의 정세가 지금 일대 전환기적인 도전에 직면하고 있음은 모두가 다 아는 바와 같다. 「닉슨·독트린」의 실현, 주월 미군의 급진적인 철수, 주한미군의 감축, 미·중공 관계의 해빙 기운, 중공의「유엔」가입 가능성 증대, 자유중국의 국제적 위치 동요, 「오끼나와」의 일본 복귀, 주월 국군의 철수 문제 등등-이러한 문제들은 그 드러난 몇몇 구체적인 징표에 불과하다.
이들 문제들은 그 하나 하나가 비단 한국의 관심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모든 관계국의 공동 관심사가 아닐 수 없을 것이며, 이 문제들에 관하여 진지하게 의견을 교환해 본다는 것은 매우 뜻 있는 일일 것이다. 오늘날 국제 정세의 격변은 이른바 다중심주의로 특징 지어지고 있거니와, 그에 따라서 자유 국가간에 있어서 조차도 상호 연대 의식이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우려할만한 일이라 하겠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정한 세계 평화가 이룩되고 이들 제국이 공동의 번영을 누리기 위해서는 이념을 같이할 뿐만 아니라 전통적으로 우호를 견지하고 있는 나라들이 국제 정세의 변천 여부에 관계없이 이미 맺어놓은 튼튼한 유대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도록 노력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이들 외국 사신들에게 특히 요망하고 싶은 것은 전환하는 미국의 대아 정책과 더불어 세계 평화의 가장 현실적인 위협으로 대두한 것이 다름 아닌 한국 안보 문제라는 사실을 직시해 달라는 것이다.
이번 방한한 「애그뉴」 미 부통령은 작년 8월 주한미군 감축 문제 협의 차 내한한 바 있어 한국 정세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관심이 깊을 것으로 생각한다.
앞으로 박-「애그뉴」회담에서는 한·미간의 문제만이 아니고, 광범위한 세계 문제들이 논의될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한국 방위의 강화 문제에 있어서는 미국의 확고한 보장책이 구현되기를 바라지 않을 수 없다.
박정희 대통령이 계속 3번째의 임기를 시작하는 오늘, 한국은 그야말로 전변하는 국제 정세에 대처하기 위해 여러 우방 국가로부터의 지금까지 이상의 큰 협조를 절실하게 필요로 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 나라 제7대 대통령으로서의 박 대통령이 취임하는 식전에 원로 경축 사절로 참가한 각국 대표들의 서울 회동은 한국민 전체의 뜨거운 환영과 기대의 대상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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