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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평점 기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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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아더·슐레징거」2세는 「케네디」대통령의 특별 보좌관을 지낸 사람이다. 그는 「하버드」출신의 역사 학자로도 명성이 높다. 그러나 『「케네디」의 백악관 생활 1천 일』이라는 저술은 그를 더욱 유명하게 만들었다.
그의 재직시인 62년 「슐레징거」 2세는 미국의 저명한 역사 학자 75명에게 역대 미국 대통령에 대한 평점을 의뢰했었다. 평점 기준은 네가지를 택했다. ①위대 (great) ②위대에 가까운 (near-great) ③평균 (average) ④평균 이하 (below-average).
『위대한』대통령으로는 「링컨」「워싱턴」「F·루스벨트」「우드로·윌슨」「토머스· 제퍼슨」등이 꼽혔다. 『위대에 가까운』 대통령은 모두 11명.
한가지 흥미 있는 사실은 『위대』 혹은 『위대에 가까운』 대통령 중에서 「링컨」·「제퍼슨」「F·루스벨트」·「앤드루·잭슨」「디어도·루스벨트」「우드로·윌슨」「트루먼」 등은 재직 중 국민들로부터 심한 비난을 받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중에서도 「윌슨」같은 대통령은 상원과 국민의 비난에 못 이겨 거의 백악관에 숨어살다시피 했다. 국민의 인기가 높던 대통령들은 어떤가. 특히 인기 대통령으로 인상적인 「그랜트」나 「하딩」은 『평균 이하』의 평점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것은 역사의 한 교훈이다. 후세의 사학가들은 일국의 지도자를 적어도 인기 하나만으로 평가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그 시대가 요구하는 인물인가, 아닌가가 보다 중요한 평가의 기준이 된다.
『그 시대』란 두말 할 것도 없이 『역사 속의 시점』을 말한다.
「링컨」은 흑노의 해방을 절규하던 남북 전쟁 시대에 바로 필요했던 대통령이다. 그는 그런 역사적 전개 속에서 위대한 역할을 했다. 「케네디」대통령은 「퓨리터니즘」이 몰락하고 정신적으로 침체해 있던 미국의 그 시대에 요구되었던 「신풍 대통령」으로 평가받을만하다.
그 때문에 「케네디」가 취임식에서 이렇게 외칠 때 국민들은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오늘 우리는 한 정당의 승리를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시작이면서 결말을 상징하며, 변화와 쇄신을 의미하는 자유의 축복을 기념하려 한다』-.
대통령의 취임식은 적어도 미국에선 한 시대의 전개를 상징하며 새로운 희망의 장을 여는 의미를 갖는다. 미국뿐이랴. 자유·민주 선거가 보장된 모든 나라들이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위대한 대통령은 『그 시대의 사명』을 다할 때 실로 역사적 과업을 성취하는 것이다. 우리는 오늘 『변화의 시대』·『다원화의 시대』·『새로운 세계사의 시대』속에서 7대 대통령의 취임을 보게 된다. 후세의 사학가가 그를 어떻게 평가할지는 두고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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