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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시민의 대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어떻게 되는 건가, 환율이 오르면…. 좋다는 편도 있고, 나쁘다는 편도 있는데….』
『그야 외환론 교과서대로라면 잘했다고도 볼 수 있지. 미국이 1930년대에 그 세기적인 공황을 극복하는 국내산업의 구제책으로 무엇을 했는지 아는가. 금본위를 이탈하고 평가절하를 단행해서 환율을 인상했지.』
『그러니까 우리는 불황타개책으로 그랬다는 말인가?』
『물론 그런 뜻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수출증대를 무슨 숙명처럼 생각하는 그것 때문이 아닐까. 우선 환율의 인상은 상대적으로 「원」화의 평가절하를 의미하는 것 아닌가. 그러니 수출은 촉진되며, 그만큼 수출산업은 유리할 테지.』
『그렇질 않지. 수출의 수입원자재 의존도가 44.7%나되는 형편에 피장파장 아닌가?』
『그러니까 원료의 재고가 얼마나 쌓여 있느냐가 문제야. 당국에선 앞으로 3개월은 견딜 수 있다고 주장하는 모양이더군.』『그럼 그 다음은 어떻게 되는가?』『그야 그때 가봐야 아는 거지. 당장 오늘이 급한데….』
『아니 뭐가 그리 급하다는 건가?』
『한계야, 한계. 벽에 부딪쳤단 말이야. 1「달러」어치 물건을 수출하는데 정부의 보조 액이 95원에서 1백 20원에 이르고 있다는 거야. 그러니 한번 계산해봐. 그것을 빼내면 환율이 적어도 4백 50원은 되어야 한다는 셈이 나오거든. 그러니 수출이란 것은 빛 좋은 목과라고, 목과.』
『뭐가 뭔지…. 아무튼 문제는 수출업체가 대부분 외자도입업체란 점에서 그렇게 약관을 할 수 없을 것 같군. 신문지상에서 계산한 것을 보니, 외국차관은 3월말 현재17억「달러」더군. 1「달러」당 42원이 올랐으니, 「원」화 부담 증가 액은 7백 30억 원이나 느는 셈 아닌가. 생으로 빚을 더 지는 폭이지. 그뿐인가. 「뱅크·론」잔액이다, 연불이다 해서 이것저것 하면 8백 70억 원이나 된다는 군.』
『그야 정부에서 또 돈을 꿔주면 되겠지. 도리어 좋은 구실이 하나 생긴 것 아닌가. 큰 걱정은 말고 당장 자네 집 살림살이 걱정이나 하게.』
『물가 말이지. 뭐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3.9%밖에 안 된다는데….』
『이봐요. 3.9%「밖에」가 아니라 「…이나」라고 해야 옳다고. 아, 그리고 물가라는 것이 그렇게 「오르지 말라」고 한다고 가만히 있나? 전력으로 보아 물가는 둥실둥실 풍선을 탄 기분일걸세. 최근 몇 년 동안 수출증가율보다 수입증가율이 더 높았다는 걸 아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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