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겨난 동심-각급 학교들 약속 어긴 "운동장 개방"… 방과후면 교문 닫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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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속 좁은 학교당국의 처사 때문에 어린이들은 학교운동장에서도 마음놓고 뛰어 놀 수가 없다. 전국의 시·도 교육위는 학교운동장을 방과후 놀이터로 개방, 어린이들이 마음대로 뛰어 놀 수 있게 하라고 지시했으나 많은 학교에서 『시설물을 해친다』는 등 이유로 교문을 굳게 닫아걸고 어린이들의 출입을 막고있어 놀이터를 찾는 동심에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서울의 경우 시교위 당국은 지난 3월 6일부터 놀이터가 없는 어린이들이 길거리에서 놀다가 입는 교통사고 등 불상사를 막고 안심하고 놀 수 있게 하기 위해 시내 초·중·고교 운동장을 연중 무료로 개방토록 지시했었다.
이에 따라 각급 학교는 겨울(11월∼3월)에는 하오 4시 30분∼해질 때까지, 여름(4월∼10월)에는 하오 4시∼해질 때까지, 토요일은 하오 2시 30분부터, 휴일과 방학기간은 상오 9시부터 각각 해질 때까지 운동장을 열도록 돼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교가 수위들을 시켜 놀러오는 어린이들을 내쫓거나 운동장 개방시간을 알리는 게시판조차 전혀 내 달지 않는 학교가 많다. 이 때문에 어린이들은 가까운 학교의 넓은 운동장을 두고도 비좁은 골목길이나 위험한 차도 등에서 놀다가 교통사고를 빚어내기가 일쑤였다. 서울 성동구 신당동 J국민학교의 경우 야구부선수들이 연습하는데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하오 4시만 되면 수위를 시켜 운동장의 어린이들을 몰아내고 있다.
학교측은 어린이들이 야구공에 맞아 다치는 일이 많고 유리창을 깨는 등 시설물을 망가뜨리기 때문에 방과후 운동장출입을 막고있다고 말했다.
성동구금호동 K국민학교의 경우도 정문수위 이원보씨(42)가 놀러오는 어린이들을 막고있다고 동네어린이들이 말했다.
토요일인 지난 19일 하오 3시쯤 동 교 5년 7반 이명자양(12·가명)은 교문 앞 비탈길에서 친구들과 「배드민턴」을 하고 놀면서 『운동장에 들어가 놀고 싶어도 수위아저씨가 자꾸 나가라고 말한다』고 말했다.
수위 이씨는 어린이들을 불러들이면 교내기물을 부수는 일이 많아 토요일은 하오 3시 이후, 휴일은 아침부터, 평일은 하오 5시 이후부터 어린이들을 못 들어가게 한다고 말하고 이 같은 조치는 교장의 지시라고 해명했다.
영등포구 구로동 G남국민교에서도 매일 하오 4시 30분이면 수위가 운동장의 어린이들을 내쫓고있다.
수위 차하형씨(33)는 『어린이들이 유리창을 깨뜨리고 화단을 망가뜨리기 때문에 교장의 지시로 평일은 『물론 일요일에도 하오에는 어린이들이 놀지 못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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