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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샤워」가 본 한국의 오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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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서울대 교수들과의 토론에서>
미국에서의 「아시아」학과 한국을 중심으로 한 극동문제를 놓고「에드윈·라이샤워」교수를 주빈으로 한 서울대 교수들의 학술토론회가 23일 동 교 문리대 학장 실에서 열렸다.
여기에 참가한 국내 학자들은 고병익(문리대학장·사학) 이숭령(대학원장·국어학) 한우근(사학) 이만갑(사회학) 구범모(정치학) 강두식(독문학) 김영국(정치학) 박준규(정치학) 이해영(사회학) 손제석(외교학) 민두기(사학) 교수 등 서울대문리대 교수단이 중심이었다.
전 주일대사이며 「하버드」대학 교수인 「아시아」문제전문가 「라이샤워」교수를 맞은 이날 토론의 주제는 미국에서의「아시아」학의 현황에서부터 「아시아」 특히 한국의 안보, 나아가서는 대학 문제 등에 이르는 광범한 것이었다.
「라이샤워」교수가 자기 의견을 밝히는 것이 주가 되었지만 한국안보문제에 관련해서는 손제석 교수 등과 날카롭게 맞서 토론했으며 한국학계의 동향 및 학생문제에 관해서는 열심히 얘기를 듣는 쪽이 되었다.
이날 토의 회에서 논의된 몇 가지 문제를 간추려 본다.
▲한국의 사회과학발전=한국에서는 지난 10년간에 많은 진보가 있었던 것 같다(라이샤워). 경제력이 강화되면서 각 문화재단 등의 연구보조비에 따른 연구가 증가됐고 「세미나」도 많아져서 토론의 기회가 빈번해졌다. 따라서 학자들 사이의 의견교환도 학문적 이론형식으로까지 발전을 볼 수 있는 단계에 접근하는 것 같다(한국학자들) .
▲지성인의 참여=학문적 발전과 정치적 참여가 현실적인 제한을 갖고있는 것은 사실이다. 학문적 연구의 결과를 국가사회의 발전 및 경제발전에 적용한다는 것도 때로 중요하다. 한국에서는 몇 학자가 정부의 정책결정에 참여하고 있는 것을 나는 알고있다(라이샤워).
▲미국에서의 「아시아」학=「아시아」학은 미국 대학생들에게 차차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학을 깊이 파고드는데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박사과정의 설치가 많지 않다. 다만 최근에는 점차 「아시아」학의 박사과정이 증가되고 있으며 공부하는 학생들도 많아졌다. 「아시아」학은 공부하는데 기간이 오래 걸리는 것도 사실이다(라이샤워) .
▲미국에서의 한국학=중국학이나 일본 학은 보편적으로 일반의 인식을 얻고 있다. 중국학과 일본 학을 공부하는 학생 수는 2대 1 정도인데 일본 학에 대한 인식이 날로 새로와져 중국학에 육박할 것 같다. 이에 비해 한국학은 아직 일부에서 연구될 뿐이다. 중국학·일본 학의 일부로서 취급되어 오다가 요즘 차츰 독립부문으로 성장되고있다(라이샤워) .
▲한국과 극동정세=한국에서 미국과 중공관계가 호전되는데 대해 우려하는 경향이 있는데 놀랐다. 한국은 북괴에 대해 맞서고 있는 것이지 중공에 맞서있는 것은 아니다. 또 미국이 중공과의 긴장완화를 이룩함으로써 한국의 자아래도 밝아질 것이다. 한국이 경제력을 증강함으로써 5년이 지나면 북괴를 능가할 것이며 북괴는 중공·소련의 분쟁으로 이들의 지원을 받기 어려워 무력도발을 피하게 될 것이다. 중공이나 소련이 긴장을 풀면 풀수록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곳이라 할 수 있는 한국의 폭발위험도 없어져 갈 것이며, 한국은 과도한 무력유지가 필요 없게 될 것이므로 경제가 호전될 것이 당연하다(라이샤워) .
긴장이 완화되면 한국의 분단은 지속될 것이 아닌가? 미국은 한국의 통일에 책임을 져야할 것 아닌가? 서독의 「브란트」가 긴장완화정책을 과감히 취하는 것도 안보의 기반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인데 한국에서는 서독에서와는 달리 동서방군의 상호감축이라는 조건도 없이 일방적인 철군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곤란하다(한국학자들).
▲학생문제=학생문제는 오늘날 세계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학생운동 세력의 중심을 이루고있는 사람들의 사회적 경제적 배경이 중간층 이상의 넉넉한 생활을 영위하는 쪽이다(라이샤워). 한국에서는 지방출신의 경제사정이 좋지 못한 학생들이 주동이 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한국학자들).
▲일본인에 대한 감정=이번에 고급관리들을 만났을 때 한국인들의 일본인에 대한 감정이 크게 완화된 것을 느꼈다(라이샤워).
한일국교 정상화이후 경제관계에서 많은 협조가 이루어졌으나 심한 무역역조와 경제적 침투 등 대일 경각심이 최근 고조되고있다. 젊은이들은 과거의 적대감정에 얽매인 것이 아니고, 자기들의 경험을 통해서 일본에 대한 경계심을 자각하고 있으며 대일 감정은 완화된 것 만은 아니라고 봐야겠다(한국학자들).
▲서울대 관악「캠퍼스」=학교부지는 좋아 보였다. 산이 매우 우악스러운 형상이니 여기에 대조될 수 있게 「다이내믹」한 건물이 들어섰으면 한다(라이샤워).

<공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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