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악해지는 北-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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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달 말 영변의 5㎿e 원자로를 재가동하면서 북.미 간에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르고 있다. 미국은 대북 군사 대응 가능성을 흘리면서 한반도 부근의 전력을 증강시키고 있고, 북한은 전투 동원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선언했다.

북한의 핵 재처리 시설 가동 준비와 한.미 간 연합훈련 계획은 양측 간 긴장을 높이는 요인이다.

미국은 북한의 핵 재처리를 '한계선'으로 보고 있고, 북한은 이달로 예정된 한.미 독수리연습(야외 기동훈련)과 전시증원(RSOI) 연습을 "선제 공격용"이라며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북한의 핵시설 재가동으로 제네바 합의가 완전히 깨지면서 대북 경수로 지원 사업도 불투명해졌다.

◇강경해진 미국 분위기=북한의 핵시설 재가동 이후 미국 쪽 분위기는 부쩍 강경해졌다. 리처드 마이어스 합참의장은 대북 선제공격 계획을 갖고 있음을 밝혔고, 국무부도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군사대비 태세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말 B-52 폭격기 등의 괌 배치를 결정한 데 이어 최근에는 주일미군 기지에 미사일 추적함 인빈서블호와 전자정찰기를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강경 기류는 언론을 통해서도 감지된다. 뉴욕 타임스는 미국의 영변 핵시설 폭격 계획이 10년 만에 재검토되고 있다고 전했고, 워싱턴 포스트도 북.미 간 군사대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이 핵 재처리에 나서지 않는 한 군사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행정부가 거듭 군사적 대응을 시사한 것은 북한의 핵 재처리 강행을 막기 위한 경고의 색채가 짙다는 풀이들이다.

◇북한의 남은 카드는=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핵 재처리 강행이다. 현재 수조에 보관돼 있는 사용 후 핵연료봉 8천개를 꺼내 방사화학실험실(재처리시설)에서 화학처리해 무기급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것이다. 미국은 이럴 경우 북한이 수개월 안에 6~8개 분량의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다고 본다.

다른 카드는 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다. 이 역시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핵 무장 국가의 경우 핵무기와 운반 수단인 미사일을 동시에 개발해온 점에 비춰보면 시험발사의 충격파도 엄청날 수밖에 없다.

북한이 핵 재처리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에 나설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라크 상황이 유동적인 데다, 미국이 군사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오영환 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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