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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가출한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충주】신민당 기관지「민주 전선」호외를 몰리다 경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은 뒤 해방을 감췄던 충주 시내 달 천 국민학교 6년 이병구군(13)과 이복자양(10)남매가 가출한달 만인 지난 17일 하오 10시쯤 무사히 집에 돌아왔다.
두 남매는 그 동안 제천 읍 하소 리의 정 모씨 과수원집에서 심부름 해주고 있다가『아빠·엄마가 매일같이 우리를 찾아 헤맨다』는 신문을 읽고 주인 정씨로부터 차비 3백원을 얻어 기차를 타고 돌아왔다.
그런데 이 군은 대통령 선거 때「민주전선」호의를 돌렸다고 경찰관이 학교까지 찾아와 공부시간에 불러내고 경찰서에 두 번이나 불려가 조사 받은 뒤 모순경이 붙들러 올까봐 겁이 나서 학교가 다 책가방은 충주시내 빙 현 다리 옆에 내버리고『집에 가자』고 울며 뒤 좇던 여동생과 철길을 따라 무작정 이틀을 굶고 걸어가다 보니 제천 역이더라고 가출 경위를 말했다.
20일 아침 제천 시내 중앙 시장 통을 울며 헤매다 과수원을 하는 하소 리 정 모씨를 만나 고아라고 말해 그 동안 병 구 군은 과수원잔 심부름을, 복 자 양은 정씨 큰댁 가게서 심부름하며 얻어먹고 있었다.
그러나 심부름으로 병 구 군이 과수원의 딸기밭에서 딸기를 갖고 동생이 있는 가게에 나갔다 우연히 신문에 자기들 사진이 난 것을 보고 읽어보니 부모들이 애타게 기다린다는 사연에『만약 내가 안 돌아가 아빠·엄마가 대신 경찰에 잡혀가면 동생들하고 어떻게 살까하는 생각이 문득 나주인 정씨에게 돈 3백원을 얻어 이중 60원은 제천에 처음 도착하여 배고파 우는 동생을 달래며 중앙시장 통을 헤맬 때 길거리에서 빈대떡을 구워 파는 할머니(이름 모른다 함)가 도시락과 빈대떡 1개씩을 주어 배를 채웠던 일이 고마워 신 탄 진 담배 1갑을 사드리고 나머지 돈으로 기차를 타고 귀가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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