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팁」이란 이름의 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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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인생은 대개 다섯 부분으로 나뉜다. 유년·소년·청년·장년. 노년이 그것이다. 유년은 생명의 시작이요, 노년은 죽음의 문턱이다. 유년이 순 진의 덩어리라면 노년은 경험에서 오는 자제와 지혜가 그 인격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생명력이 가장 왕성한 청년 때는 생각하여 행동하고 실천한 후 고민한다. 결과가 나빠서가 아니라 자기의 마음가짐이나 동기 자체를 자기 비판하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경험은 쌓았지만 이러한 생의 추진력을 잃은 노인들은 껍질만 남은 채 생애의 종말을 기다린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역시 사람과 비슷한 특성을 가졌을 것이다. 청년과 같은 사회는 백절불굴의 기백이 있고 참으로 칠전팔기도 가능하다. 청년처럼 젊은 사회는 끊임없이 고통이 있다. 고통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사회다. 곪으면 두어 두지 않고 짜버린다. 피가 모자라면 혈액 주사를 팔에 꽂는다. 속이 썩으면「메스」를 가한다. 조그마한 부정 부패도 간과하지 않는다.
조그만 예를 들자. 우리 사회에「팁」을 주는 습관이 만연되어 가고 있다. 술집에서 미장원에서, 호텔에서, 유흥장에서 수없이「팁」이 파고들고 있다.
이것은 수술해야 될 조그만 종기지만 그 환부의 원인은 온몸에 퍼진 지독한 염증이다. 보이지 않는 염증은 이 사회의 부정 부패를 가능케 하는 비합리주의와 낭비주의와 타성에 내맡기는 나태주의다.「팁」의 근본 뜻이 무엇인가, 남이 주니까 주는 것인가,「서비스」가 감사하다고 주는 것인가.
자기가 준「팁」이 속에 얼마나 허무하고 유치한 허영심이 끼어 들었는가. 한번 반성해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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