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좋아 모인 청소년들, 갈고닦은 실력 무대서 뽐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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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아산시청소년문화센터에 모인 상상학교 `청소년관람가능` 동아리 부원들이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있다.

아산시청소년교육문화센터의 ‘상상학교’ 사업이 호응을 얻고 있다. 평소 문화에 관심은 있지만 여건이 안돼 배우지 못하는 아이들이 대상이다. 아산시청소년교육문화센터 상상학교 소속 아이들은 ‘청소년관람가능’이라는 동아리 명으로 올해 5월부터 전문 연극 강사에게 연기수업을 받으며 실력을 키우고 있다. 22일 연말 2차 결과발표회를 앞두고 연습에 매진 중인 아이들을 만났다.

직접 체험한 일상을 주제로 연극 제작

이날 오후 7시 아산시청소년교육문화센터 2층 상상학교 동아리실에는 13명의 아이들이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있었다. 관내 5곳의 중학교에서 연극이 좋아 모인 상상학교 청소년관람가능 동아리 소속 아이들이다. 각자 다니는 학교는 다르지만 연극과 연기를 좋아하는 공통점 때문인지 여느 아이들보다 우정이 돈독해 보였다. 특히 이들에게는 이달 19일 열렸던 결과 발표회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듯 했다. 아이들은 지난 5개월 동안 구슬땀을 흘려가며 연극 ‘A야 미안해’라는 작품을 연습했고 수백명의 관객 앞에서 맛깔스런 연기를 선보여 박수갈채를 받았다고 한다.

“결과발표회에서 선보인 연극 ‘A야 미안해’라는 작품은 동아리 소속 아이들의 직접 체험했던 일상생활을 그대로 표현한 작품이에요. 아이들끼리 회의를 거쳐 대본을 만들었고 여러 씬을 나눠 연기했었죠. 기존에 나와있는 작품을 갖고 연극을 만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칭찬받을만 하다고 생각해요.”

황지현 상상학교 청소년관람가능 동아리 담당 강사는 아이들의 노고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황 강사의 말대로 아이들은 무대연출부터 기획, 대본까지 손수 작업하는 등 그 열정이 남달랐다. 연극 ‘A야 미안해’는 청소년 사이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왕따’를 소재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연극에서는 배역의 이름을 A·B·P 등 알파벳으로 사용했다. 관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또한 이 연극은 여러 사물을 활용해서 상황과 인물의 직업을 표현했으며 그들이 겪었던 희노애락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노력을 했다. 또한 극중에서 소리를 통해 관객들에게 장소나 장면을 상상할 수 있게해 흥미를 유발했다.

“이번 문화예술지원사업 ‘상상학교’가 더 특별한 이유는 기존의 다른 학생 연극동아리 활동과는 다르게 청소년의 상황에 대한 해석과 표현 그대로 묻어있다는 점이에요. 이들이 직접 만든 연극 이야기를 연기로써 완성하는 과정을 통해 예술적 소통의 경험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연극의 한 장면을 연습하며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문화 활동으로 달라진 아이들

동아리 소속 아이들 13명에게 장래희망을 물어보니 저마다 ‘연기자’혹은 ‘뮤지컬 배우’ ‘연출가’라고 입을 모았다.

평소 연기 등을 배우고 싶었지만 일선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어 고심하던 아이들에게 상상학교 동아리활동은 이들에게 단비 같은 사업인 셈이다.

결과 발표회에서 여주인공 A역할을 맡은 김유빈(한올중 1)양. 김양은 극중에서 같은 학교 친구들에게 집단 따돌림을 당하는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 냈다. 김양은 연기 연습을 하면서 장래 뮤지컬 배우로서의 꿈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고 털어놨다. 또한 초등학교 시절 따돌림을 당하던 친구에게 손을 내밀지 못하고 오히려 자신도 그 아이에 대한 선입견을 가졌던 일을 후회하고 있었다.

“연기였지만 따돌림을 당하는 배역을 맡으면서 많은 것을 깨달았어요. 예전에는 따돌림을 받는 친구를 보면 ‘내가 아니니까 괜찮아’라는 생각을 했었죠. 하지만 연기를 통해 따돌림을 당하는 입장에서는 얼마나 외롭고 서러운 일인지를 알게 됐어요. 앞으로 따돌림 받는 친구가 있다면 먼저 다가가 문제를 해결해 주고 싶어요.” 김양은 자신의 변화에 대해 이렇게 얘기하며 앞으로도 연기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냈다.

 남자 주인공 역할에 유희창(신정중 1)군. 유군은 극중에서 따돌림을 받는 A를 좋아하는 역할인 B를 맡아 열연을 펼쳤다. 유군은 극중에서 말수가 적은 배역을 맡은 탓에 대사보다는 표정연기를 더 많이 해야 했다. 미래 방송인을 꿈꾸는 유군에게도 이번 연극의 경험은 소중한 추억이 됐다고 했다.

 “저는 무대 공포증이 있어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무대에 올라 표정연기를 펼쳐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누구에게나 제 꿈은 ‘방송인’이라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죠.”

 유군은 공부도 좋지만 자신의 꿈을 키워가기 위해 상상학교 동아리의 활동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양과 유군을 비롯한 13명의 아이들은 올해 연말 열리는 2차 결과 발표회에서 기존 ‘A야 미안해’를 완성도 있게 보완해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추후 지역에서 재능기부, 무료공연 등도 계획하고 있다. 문화적 소외계층에게 문화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고 자신들의 실력을 계속해서 키워가겠다는 취지다.

 황 강사는 “아이들이 연기를 하면서 협동심이 강해지는 긍정적인 변화를 봤다”며 “앞으로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이 잘 반영된 연극작품이 계속해서 나왔으면 좋겠고 이를 통해 지역의 문화발전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2013년 청소년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인 ‘상상학교’는 아산시청소년교육문화센터 이외에 전국 청소년수련관과 청소년문화의집 등 50개 운영기관에서 실시하고 있으며 총 800여 명의 학생들이 참가하고 있다. 이들은 정기적으로 모여 결과발표회를 갖고 있다.

글·사진=조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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