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호 기자의 레저 터치] 설왕설래 이참 사장 후임, 군출신은 아닌 듯 한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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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레저 업계의 화제는 단연 하나로 모인다. 차기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누구인지를 놓고, 만나는 사람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누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레저 업계에서 수군대는 후보는 추릴 수 있다.

현재 레저 업계가 주목하는 인물은 의외로 연예인 쟈니 윤이다. 1936년 출생이니까 올해로 77세고, 관광 분야 경험도 찾기 힘들다. 대신 그는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 캠프의 재외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그 때문인지 올 초부터 미국에서 ‘쟈니 윤 관광공사 사장 내정설’이 솔솔 풍겨 왔다.

청와대가 최근 “쟈니 윤 내정설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지만, 소문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다. 역대 관광공사 사장 22명의 출신 성분을 보면 뜻밖에도 군인이 가장 많다. 관광공사 사장 자리는 직무 적합성보다 정권 차원의 판단이 먼저였다는 증거다. 쟈니 윤은 올해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공기업 사장에 관료 출신을 배제한다는 방침이 알려지면서 유력 후보 두 명은 밀리는 분위기다. 문화체육관광부 곽영진 전 1차관과 권경상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조직위원회 사무총장 얘기다. 곽 전 차관은 청와대 모철민 교육문화수석,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함께 30년 넘게 문화관광부에서 근무한 사이고, 권경상 사무총장은 문화관광부 관광국장을 역임한 관광학 박사다. 업무 연관성을 고려하면 가장 유력하지만, 요즘 들어 두 후보 얘기는 쑥 들어갔다.

레저 업계 인사를 수배한다는 소문은 설득력 있는 시나리오다. 송용덕 롯데호텔 대표와 강우현 남이섬 대표가 유력 후보로 꼽힌다. 송용덕 대표는 대규모 관광산업을 현장에서 지휘하고 있다는 점에서, 강우현 대표는 한류 관광 1번지 남이섬을 일군 주인공이란 점에서 점수를 얻는다.

그런데 두 후보 모두 공직에 관심이 없다고 한다. 강 대표는 통화에서 “지금도 충분히 바쁘다”며 일축했다. 송 대표는 롯데그룹에서 맡은 업무가 중대해 그룹이 반대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래픽 디자이너 출신인 강우현 대표는 업무 방식이 관료 사회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는데, 강 대표는 현재 경기도 산하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을 5년째 맡고 있다.

여성 중에서는 도영심 스텝재단(ST-EP) 이사장이 거론된다. 스텝재단이 세계관광기구(UNWTO) 산하 기구라는 사실과 오랜 기간의 국제 구호 활동 경력이 평가된다. 올해 66세인 도영심 이사장은 본인이 국회의원을 지냈고 아들(이재영)이 현 국회의원이다. 정치인 출신 배제 여론이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평이다.

관광공사 사장 자리에 이렇게 이목이 집중된 건 아마도 처음인 듯싶다. 3년 임기에 1년 연임, 그리고 오늘까지 석 달 가까이 더 자리를 지키고 있는 역대 최장수 사장 덕분일 터이다. 낙하산 인사 논란이 있긴 했지만, 헌정 최초의 귀화외국인 출신 공기업 사장이자 연예인 출신 공기업 사장 때문에 관광공사의 인지도가 크게 올랐다는 건 많은 이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관광공사의 한 직원은 “이왕 낙하산이 내려오려면 크고 강한 낙하산이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다른 공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일 터다. 그나마 지금 후보군 중에서 군인 출신이 안 보이는 건 다행이라고 해야겠다.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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