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산 파동 제2라운드의 잡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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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신민당의 요즘 사정은 아주 복잡하다. 새 체제정비를 향한 당권 경장에 진산 파동의 뒤치다꺼리까지 겹쳐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5·6파동」(진산 파동)등의 선거 뒤처리를 위해 구성된「선거사후 처리 지조 위」는 수습이라기보다 그 여파를 확대시키는 느낌도 없지 않다.
선거 기간 중 타의에 의해 당수 직을 물러난 유진산씨는 특 조위서의 증언을 통해 본격적으로「명예회복」을 꾀했고, 김대중씨는 이런 반격에 대응하는 조치를 취했다.
주류는 파동의 책임을 선거 기간 중 최고 합의기관이던 유진산·김대중 양씨가 함께 져야한다고 몰아 갔고, 비주류는 김씨가 유씨와의 공동 희생타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
비주류 사람들은 김씨에 대한 인책주장은「끌어내리기 작전」이라고 까지 비꼬고 있다.
특 조위와 낙선자회의에서 드러난 양상은 유진산·김대중씨의 공방이 주축이 된「빗나간 방향」으로 기울었고 오히려 새 불씨를 키운 것 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유진산씨와 김대중씨의 대립은 18일 열린 특 조위서의 양자 대질에서 더욱 노골적으로 나타났다.
두 사람의 말씨름을 옮겨보면,
문=금산의 양상석씨 사건 처리는?
유=당의 조사 결과 경찰조처가 잘못되어 문제가 있을 뿐 자살 같다해서 지구당에서 알아서 하도록 했다.
김=당시 신문에서도 피살 같다고 여러 가지 문제점을 제시하지 않았는가.
유=나는 누구처럼 머리가 좋은 게 아니어서 정치적인 이용을 못했다고 할까.
김=그게, 머리하고 무슨 상관이 있소.
유=남이 말을 하면 끝까지 들어야지.
김=더 들을 필요가 없지 않소.
유=난 임자처럼 꾀가 못해.
김=꾀?
유=내가 다 알고 있어.
김=알고 있으면 어떻게 할거요. 이래서 두 사람은 약 3분 동안 언성을 높였다.
그 동안 특 조위 낙선자회의에서 유·금 두 사람의 발언은 대립되는 것이 아주 많다. 중요한 문제에 대해 어긋나는 발언요지를 옮겨 보면,

<지역구 포기>
유진산=당수가 전국구후보로 들어가는 것이 영광은 될지언정 부끄러움은 될 수 없다. 전국 1백53개 지역구를 지원하고 통솔하는 입장에서 전국구·지역구 어느 것을 택하는 게 당을 위해 유리하냐를 마지막까지 생각하다가 전국구를 택했다.
김대중=5월4일 양일동씨가 6인위에서 유 당수에게 전국구 출마를 권했을 때 나 아니면 이길 사람이 없다면서 모든 걸 내게 맡기라고 했다. 지역구로 나가는 것으로 들었는데 6일 낮1시 유씨가 1번으로 적힌걸 보고 놀랐다.

<동란사건과 제명 결의>
유진산=처음엔 자연 발생적이었으나 이를 알맞게 이용한 자들이 있다. 폭력에 의해 이루어진 일을 기정 사실화하는 것은 당의 민주주의를 스스로 포기하는 이것이다.「쿠데타」적인 수법을 규명한 뒤 전당 대회를 열어야 한다.
김대중=국민의 여론이 들끓던 당시의 분위기에서 내 측근이 난동을 조종했다고 하는 전 터무니없는 것으로 말도 안 된다. 유씨의 제명결의도 그때 상황에서 누구도 반대하지 않았다.

<삼척 등의 지역구 공천경위>
유진산=3선 개헌에 찬동했던 사람을 공천 않겠다는 게 확고한 결심이었다. 자기 당에서 떨어졌다고 해서 그 자리서 돌아서 총을 겨누는 사람에게 공천을 줄 수 없었다.
김대중=(이 부분은 해당되지 않아 언급이 없었음.)

<앞으로의 거취>
유진산=내가 당을 떠나는 것보다는 당에 남아 낙선자의 선거소송지원을 하는 것이 낫다.
김대중=유씨 집 난동사건을 조종했다는 증거가 있으면 응분의 책임을 지겠다.
유씨의 이 같은 강경 발언 시는 어느 틈엔 가 신민당 안에 그런 여건이 조성되었음을 의미한다. 특히 낙선자 회의는 주류에 의해 주도되었고 특 조위(소집 책 김형일)도 주류=정해영 이충환 최용근, 비주류=김응주 윤길중 이태구씨로 안배되어 있어 처리방안을 만든다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주류의 대부분은 파동의 뒤처리에 대해선 되도록 관여하지 앉으려한다. 이런 방관을 배경으로 유씨 직계부대는 명예회복이란 이름의 대 김대중 반격 작전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22일 열리는 정무회의에 이어 7월 전당대회 직전에 열릴 중앙 상위까지 반격 작전은 계속될 것 같다.
여기에 75년의 대통령후보까지 내다보는 세40대의 장기 포석까지 얽혀 신민당 판도의 변화는 예측하기가 힘들다. <윤기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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