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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은 약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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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여름철은 각종 질병이 기승을 부리는 계절이기도 하지만 한편 생리적으로도 인체의 저항력이 약화되는 시기이다. 더욱이 지나치게 더운 날씨가 계속되거나 장마가 길어지면 사람들은 정신적으로도 균형과 조화가 깨져 자그만 일에도 짜증과 신경질을 내게 된다 건강하게 여름철을 보내는 방법에 대해서 신동훈 박사(서울대 의대교수·생리학)에게 알아보았다.
즉 날씨가 더워지면 피부의 열 방출 기능이 저하되어 체온이 상승하게 된다. 체온이 상승하면 세포 내의 화학적 변화가 빨리 진행되므로 열 생산이 증가한다. 대체로 체온이 섭씨 1도 올라가면 체내의 대사율은 7%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체온이 높아지면 열 생산도 증가하여 더욱 체온조절이 곤란해지는 법이다.
보통 열 생산이 많아지면 땀이 나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열 방출을 함으로써 체온을 조절하게 된다.
열 방출은 복사나 전도에 의해 이루어지는데 기온이 높아져서 신체 표면과의 온도차가 없거나 혹은 기온이 오히려 더 높을 때는 복사에 의한 열 방출은 전혀 없게 된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체온 조절 중추는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마련이다.
뇌의 시상하부에 있는 체온조절 중추는 자율신경계와 직접적으로 관련을 맺고 있으므로 정신적인 긴장이라든가 스트레스 및 피로 등과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다.
날씨가 몹시 덥거나 습도가 많아져 불쾌지수가 높아질 때 짜증이 나고 신경질이 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므로 체온 조절 중추가 정상적으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기만 하면 그토록 지루하고 짜증나는 여름철도 즐겁게 보낼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가장 권장되는 처방은 적당한 낮잠과 충분한 영양섭취다.
낮잠의 효력에 대한 설은 구구하다. 그러나 낮잠이 체내의 대사율을 저하시켜 열 생산을 감소시킨다는 주장을 반박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실제로 잠들었을 때는 대사율이 기초대사율보다 10∼15%가량 낮은 값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감소는 깨어있을 때보다 근육의 긴장이 풀리고 교감 신경의 긴장도도 낮아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샐러리맨들인 경우 점심식사 후 잠깐 동안이나마 의자에 앉은 채 낮잠을 자는 것은 어떤 우수한 자율 신경 안정제보다 좋은 효과를 발휘한다.
어떤 학자들은 10분의 낮잠은 1시간동안의 밤잠 보다 훨씬 몸에 좋다고 말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낮잠의 시간이 30분내지 1시간을 초과하는 것은 오히려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 도한 명심할 필요가 있다.
기온이 높아져 체온조절 중추의 기능이 장애를 일으키면 쉽게 피로를 느끼기도 하지만 식욕이 감퇴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므로 여름철에는 특히 균형 있는 식사를 통해 각종 영양분을 골고루 섭취하여 몸의 저항력을 증강 시켜야 한다.<김영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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