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의 함정…하상 웅덩이|잇따른 익사사고의 예방과 문제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수영 철에 접어들면서 한강 일대의 웅덩이에서 어린이들이 빠져 죽는 일이 잦아 대책이 시급히 바라지고있다. 이 같은 웅덩이는 업자들이 모래나 자갈을 채취하기위해 한강 밑바닥을 벌집처럼 파헤쳐 놓고는 사후관리를 방치, 물놀이하던 어린이들이 익사하기 일쑤로 경찰은 업자를 입건하는 등 손을 쓰고 있으나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어린이들의 희생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찰 집계에 따르면 작년 6월부터9월까지 여름철 한강에서 1백43명이 빠져 숨졌고 올 6월 들어 만도 9일 현재 14명이 익사했으며 그중 어린이 5명은 모래 또는 자갈을 파낸 깊은 웅덩이에서 빠져 죽었다.
7일 하오 7시40분쯤 한강 하류인 시내 영등포구 양재동 양재천 모래 채취장 웅덩이에서 고정석씨(50·양재동318)의 3남 삼영군(8·언주 국교 2년)이 친구들과 함께 수영을 하다 익사했다 .사고가 난 곳은 업자가 모래를 파 생긴 평균 물깊이 3m의 웅덩이로 날씨가 더워지자 하루 평균 마을 어린이 10여명이 멱감던 곳.
이와 같은 웅덩이에서의 익사사고는 지난 6일에도 시내 마포구 망원동 22 앞 제2한강교와 서울대교 밑 모래 채취장에서 잇달아 일어났다.
뚝섬유원지를 제외하고는 한강에서 일체 수영이 금지되고 있으나 어린이들은 물론 어른들까지 주로 집 가까운 웅덩이를 찾아 수영을 하고 있다.
상류인 성동구광나루에서 하류인 영등포구 잠원동 앞까지 한강일대에는 30여 개 업체가 서울시의 허가를 받아 주로 광나루와 제2 한강교에서 제 3한강교에 이르는 한강에서 모래와 자갈을 채취하고 있어 익사 사고가 일어날 위험성이 많은 웅덩이가 곳곳에 패어 있다.
그 중에도 용산구 한남동 제3한강교에서 제1한강교에 이르는 모래 또는 자갈의 채취가 허가된 55만여평의 하상에는 특히 평균 물 깊이 2m가 넘는 웅덩이가 경찰 조사결과 70여 개나 있는 것이 나타났다.
관할 각 경찰서는 사고의 위험성이 있는 몇 개의 웅덩이 근처에 형식적인 경고만이나 위험 표지판을 세워 놓은 정도인데 심지어 마포 경찰서의 경우 작년 여름 사용한 위험 표지판 7개 마저 창고에서 낮잠을 자는 정도이고 지난해 여름 관내에서 18명의 익사 사고가 났고 1백20여개 사고 위험 웅덩이가 있는 영등포경찰서는 아직까지 수영금지 경고판 하나 세우지 않고 있다.
또 용산 경찰서도 넓은 관할 구역에 겨우 수영금지 표지판 25개와 위험표지만 36개를 세워놓은 정도에 그쳤다.
하천 점용 허가당국인 각 관할구청에서도 사고예방책으로 각 업자에게 웅덩이에 대한 자체감시를 떠맡겼을 뿐 사후관리에 대한 감독을 전혀 하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업자들은 법의 미빗점을 이용, 점용 허가에 따라 부과된 의무를 이행치 않아 익사 사고의 주원인이 되고 있다.
하천법 제31조는 『하천을 점용한 자는 점용 기간이 만료되었거나 점용을 폐지할 경우에는 하천을 원상으로 회복시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업자들은 이 의무규정에 위반해도 적용될 벌칙규정이 없다는 법의 헛점을 이용, 점용 기간이 지난 다음에도 웅덩이를 메우자 않고 방치해두기가 일쑤다.
이와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 서울시 경찰국은 파헤쳐 놓은 하천을 제대로 메우지 않아 익사사고가 생겼을 경우 업자에게 형사 책임을 물을 방침을 세워 지금까지 업자를 업무상 과실 치사혐의로 입건하는 정도에 그쳐, 구속된 업자는 단 1명뿐이었다.
경찰은 올해에도 오는 15일 뚝섬에 2개 소의 여름 경찰서를 개설하여 수상 안전 요원 60명과 경찰 경비정 10여 척으로 주로 유원지에서 익사 사고의 방지에 나설 예정이나. 웅덩이에 대한 안전 대책은 강 연안 파출소 12개에 전담시키고 있는 형편이다.
따라서 업자들은 경찰이나 당국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모래나 자갈을 채취할 때 심도 1m 이상의 굴착을 금할 뿐만 아니라 농번기와 우기에 작업을 하지 못하고 허가된 지역을 벗어나 채취를 못하게 되어 있는데도 이를 이행치 않고 있어 위험한 웅덩이의 수는 늘어만 가고 있다. 경찰은 지금까지 영등포구 양재동 양재천 업자 권희집씨(34·양재동8의6)가 경영하는 모래채취장의 웅덩이에서 어린이의 익사사고가 나 처음으로 업무상 과실치사혐의로 8일 권씨를 구속했을 뿐이다.<김경철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