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가 유희강 회갑 기념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병상의 서예가 검여 유희강씨가 회갑을 맞이해 개인전을 열고 있다(8일∼13일·신세계 화랑). 중풍으로 3년째 신음하고 있는 그는 오른팔이 부자유로와져서 좌수로 쓴 최근작 48점을 출품했고 또 병 전의 작품 5점을 곁들여 좌수 운필의 것과 비교해 주고 있다.
검여는 기거가 부자유하고 또 우수가 마비됐음에도 붓을 놓지 않고 난관을 극복한 집념의 서예가이다. 발병 이후 익힌 왼손 글씨이지만 이제는 그 나름의 틀이 잡혀 제 모습을 회복했기 때문에 오랜만에 작품 발표 전을 가지는 것이다. 59년에 제1회, 64년에 제2회, 이번이 3회째 개인전이 된다.
북경 동방 문화 학회·상해 미술 연구소에서 서화를 수업한 그는 기발웅건한 경지를 개척해 서예계의 주목되는 작가로서 뚜렷한 존재였다. 병 전 작품으로 이번 출품한 『명도 선생 시』는 속기를 초탈한 자세를 보이고, 『나무아미타불』이나 『행서대련』은 그의 무르익은 필력으로 마음껏 휘두른 행서 폭 들이다.
물론 신작들은 그전처럼 스스로 희열에 찬 작품이 못되지만 그의 글씨는 조금도 일그러지지 않았다고 역시 서는 손에 있지 않고 곧은 자세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신작의 많은 작품들은 소폭들인데 개중에는 『관서악부』10곡 병, 『이우 촌시』8곡병 등 대작도 있다. 역시 좌수의 조건 때문인지 전서·예서는 적고 대부분이 해서와 행서. 또 한글 서예에는 아직 손이 미치지 못한 것 같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