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장 관리형 경찰청장 개혁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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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가정보원장.검찰총장.국세청장.경찰청장 등 국회 청문회 대상 네곳 중 국세청장과 경찰청장 후보자가 발표됐다.

국세청장 후보에는 이용섭(李庸燮)관세청장이 임명됨으로써 1991년 7대 서영택 청장이 퇴임한 이후 12년 만에 처음으로 외부 인사가 국세청장을 맡게 될 전망이다.

경찰청장 후보로는 젊고 개혁적인 성향의 최기문(崔圻文)경찰대학장이 발탁돼 경찰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국세청장=8, 9대 추경석 청장부터 13대인 현 손영래 청장에 이르기까지 역대 국세청장은 모두 국세청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한 후 다른 정부 부처에서 근무하지 않고 수장에 오른 정통 국세청 관료들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외부 인사를 발탁한 것은 '국세청=대표적 권력기관'이란 이미지를 씻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노무현 정부의 경제개혁 핵심인 세제개혁을 강력하게 밀고 나가겠다는 뜻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상속.증여세 완전포괄주의 도입 등 산적한 과제를 풀어나가려면 정책부서인 재정경제부와 집행부서인 국세청의 손발이 맞아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김진표 부총리가 재경부 세제실장을 지낸 뒤 차관을 맡았을 때 李청장 후보자는 세제실장이었다.

게다가 盧대통령이 "향후 국세청장은 막강한 자리가 아닌, 직무에 충실한 고달픈 자리"라고 언급했듯, '권력형'이 아닌 '관리형' 청장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외부에서 발탁된 참신성으로 청장으로서의 직무에 충실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李청장 후보자는 앞으로 조직 개혁.이미지 쇄신 등을 통해 국세청의 위상을 재정립하는 데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또 행시 12~13회 간부들이 포진한 국세청에 14기인 李청장이 취임하면 세대교체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당초 국세청장에는 곽진업 차장과 봉태열 서울지방청장 중에서 내부 발탁할 것이라는 얘기가 무성했다.

그러다 盧대통령의 친형 노건평씨가 郭차장을 지지했다는 인사 개입 파문이 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두 사람 중에서 인선할 경우 노건평씨 파문으로 인한 내부 잡음으로 청문회 통과가 껄끄럽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대두된 것.

결국 정부는 외부에서 후보자를 물색한 끝에 세제통인 이용섭 관세청장과 최경수 재경부 세제실장을 물망에 올렸다는 후문이다. 최종적으론 경찰청장 후보자로 영남 출신인 崔학장이 선임된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지역안배 차원에서 영남 출신인 崔실장 대신 호남 출신의 李청장을 국세청장에 낙점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경찰청장=참여정부는 첫 치안총수로 이대길 서울경찰청장을 제치고 나이 51세의 최기문 경찰대학장을 지명해 강력한 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기획.정보 부서에 주로 근무해 행정에 밝은 崔후보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정식 취임하게 되면 수사권 독립.자치경찰제.경찰대 개편 등 시급한 경찰 현안에 손을 댈 것으로 보인다.

崔후보는 2001년 동국대에서 통과된 박사학위 논문 '자치경찰제 연구'에서 획기적인 자치경찰제를 주장했으며, 수사권 독립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입장을 나타내왔다.

여기에 최기문 체제가 출범하는 3월 중순 이후에는 경무관급 이상 경찰 고위 간부의 대폭적인 물갈이 인사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 치안정감 이상 간부 네명의 퇴진이 확실하며 치안감 중에서도 오는 5월로 계급정년(4년)에 걸리는 세명 중 일부가 물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다 비리에 연루돼 재판을 받고 있는 현직 치안감 한명이 퇴진하고, 올해 59세가 되는 45년생 경무관 네명도 관례에 따라 물러날 경우 10명 이상의 대폭적인 연쇄 승진 인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관심을 모으는 서울경찰청장에는 지역 안배가 변수인 가운데 이상업 경찰청 수사국장.임상호 전남경찰청장.서재관 경찰청 경무기획국장.김중겸 충남청장 등이 거명되고 있다.

정선구.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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