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절차의 간소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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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까다로운 현행 여권 신청 및 발급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기로 했다 한다.
해외 여행을 하기 위해 여권 절차를 밟아본 사람이면 누구나 느끼는 것이었지만, 왜 그렇게 까지 많은 서류가 필요하며, 또 왜 그토록 까다로운 절차가 필요한지, 국민 사이에 불평 불만이 대단했던 것은 주지하는 바와 같다.
모든 국민은 헌법상 거주 이전의 자유를 가지고 있으며, 이 자유 속에는 해외 여행의 자유도 당연히 포함되는 것이다. 다만 우리의 정치적·경제적 여건으로 보아 현실적으로 해외 여행의 자유는 어느 정도의 제한을 불가피하게 했던 것도 어김없는 사실이며, 여기서 여권 발급 사무가 허가제로 되어 그것이 마치 일종의 특권적 허가 사무처럼 착각되고, 추천장 발급 부서는 여행자에 군림, 여권 발급 허가를 둘러싼 갖가지 잡음이 속출했던 것이다. 이리하여 웬만한 필요가 있는 사람들도 여권 절차가 까다로와 외국 여행을 단념하는 사례가 오히려 일상화했고, 기일이 정해진 국제회의 참석이나 상담 「스케줄」등이 여권 발급의 지연으로 불가능해진 사례도 부지기수였다고 하겠다.
외무부가 새 장관 취임 이후 국무총리령을 개정, 여권 사무를 대폭 간소화하고 일원화하겠다는 것도 이러한 국민의 원성을 감안한 결과로서 작은 일 같지만, 서정 쇄신의 제일보임에 틀림없다.
보도에 의하면 외무부는 앞으로 여권 발급에 필요한 모든 업무를 외무부 창구로 일원화하고, 지금까지의 주무부 처별 추천 제도를 거의 없애, 외무부의 심사만을 거쳐 여권을 발급키로 할 것이라 하는 바, 이 방안이 하루속히 실현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외무부는 이러한 간소화를 단계적으로 나누어 실시할 것이라 하는 바, 제1단계는 현재에도 이미 실시중이며, 제2단계는 8월 이후에 실시하고, 제3단계는 내년 1월1일부터 실시할 것이라 한다. 제1단계와 제2단계는 주로 상용 여행자에 해당되는 것으로 이들에게는 우선적으로 주무 부처의 추천을 없앨 것이라 한다. 우리의 외환 사정의 악화를 생각할 때 해외 무역의 진흥을 위하여 상용 여행자에 대하여 추천제를 폐지하는 것은 시기에 알맞은 조치일 것이다.
그러나 종교·공연·위문·취재·세미나 참석·시찰·경기·민간 국제회의 참가·기타 용무의 해외 여행은 내년 1월1일부터 관계 부처의 추천을 없앨 것이라고 하는 바, 기왕이면 이것도 금년 8월부터 시행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한다. 우리 나라의 문화적인 낙후성을 생각할 때, 기자들의 해외 취재 활동이나 세미나·시찰·민간 국제회의 등 목적의 해외 여행은 그 자체가 하나의 민간 외교도 된다는 점에서 오히려 크게 권장하여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종래 이와 같은 문화 용무 해외 여행은 정부 보유 외화를 축내고 그 대신 벌어들이는 것이 거의 없다하여 극도로 억제되어 왔는데, 이것은 매우 근시안적인 처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적극적으로 해외에 대하여 한국의 이미지를 심고 우리의 낙후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도 이러한 해외 여행은 앞으로 더욱 권장되어야 할 것임을 강조해 둔다.
물론, 공연·위문·종교 활동 등의 목적을 위한 해외 여행은 그 필요성 여행에 대해 외무부 단독으로는 판단하기 어려운 점도 없지 않으리라 생각되기는 하나, 외국이나 국외 단체의 초청 상은 해외공관장이 이를 공증하도록 할 것이요, 해외 공관장의 심사와 추천으로써 여권 발부를 하는 것이 주무 부처의 추천보다는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부는 모든 국민이 헌법상 당연히 해외 여행의 자유권을 가진다는 것을 명심하여 공공 복리와 질서 유지를 위해 필수 불가결한 경우가 아니면 법률로써도 이를 제한할 수 없음을 잘 인식하여 가능한 한, 국민의 해외 여행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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