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의 포로 주월 미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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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주월 미군의 철수계획이 계속되고 월남 내에서의 미군 군사활동이 현저히 줄어들자 주월 미군의 고질이 되어있는 마약중독문제가 크게 대두되고있다.
최근 뉴요크 타임스 지는 이 문제를 크게 취급, 『지·아인들의 헤로인 중독사태가 거의 전염병과 같은 해를 입히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월 미군의 15∼20%에 해당하는 2만5천∼4만 명이 마약상용 자로 밝혀진 것을 보면 월남에 얼마만큼 마의 마약의 뿌리가 깊이 박혀있는가를 추측하기에 어렵지 않다.
태국과 라오스·홍콩 등지에서부터 주로 밀수되고있는 마약을 사이공거리에서 구하기란 워싱턴에서 담배 한갑이나 코카콜라 한병을 얻기보다 더 용이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마약의 암거래가 성행되고있다고 미국관리들은 생각하고있다.
지난 5월 하순에는 벙커 주월 미국대사와 주월 미군사령관 크레이튼·W·에이브럼즈 대장이 구엔·반·티우 월남대통령을 긴급 예방, 월남인과 미군간의 마약암거래를 철저히 단속해주도록 강력히 요청했다.
최근 월남을 비롯한 동남아 8개국을 여행, 국제마약실태를 조사한 바 있는 스틸·머피 두 미국하원의원으로 구성된 미 하원조사단은 귀국 보고에서 『마약이 월남에 밀수되어오는 악폐를 방지할 수 없다면 차선책은 월남에서 전 미군을 철수하는 길뿐이다』라고 호소하였다.
월남정부도 사회 각 부문에 침투하고있는 마약의 독소가 고성능(?)이라는 것을 만시지탄의 감이 있으나마 통감한 듯하다.
최근에 법무장관을 위원장으로, 재무장관을 부위원장으로 외무·국방·공보의 각 장관 및 내무차관, 문교차관을 위원으로 하는 유례없는 강력한 월남정부 부처간 마약대책위원회가 발족, 마약대책에 발벗고 나선 것은 월남정부의 굳은 결의를 반영하는 것이다.
그러면 왜 주월 미군의 그처럼 많은 병사들이 마약상습자로 전락되었을까.
사이공의 미군정신과의사는 미국 빈민굴 거주자가 자신의 생활환경에 반발해서 헤로인을 사용하는 것과 같은 이유로 주월 미군에 월남을 경원하는데서 마약을 사용하게 된다고 말하고있다.
그들 주위에는 특권계급 같은 장교들이 있으며 또 폭력이나 섹스도 빈민굴에서처럼 널리 퍼져있다. 이런 속에서 지·아이들은 빈민굴 주민들처럼 마약을 사용하여 현실을 잊으려한다』고 분석했다.
미군은 당초에는 마약중독자를 처벌해왔으나 그 수가 엄청난 것을 알고는 상용자의 형벌을 면제해주는 대신 광범위한 치료계획을 수립했다. 【사이공=신상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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