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당의 지도체제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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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신민당은 전당대회 개최시기와 전당대회에서 채택할 당 지도체제를 여하히 할것이냐 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당론통합을 무색하고 있다.
전당대회개최시기에 관해서는 조기개최 주장과 연기론이 맞서고 있다하지만, 그 시간적 차이는 불과 몇 달 밖에 되지 않으므로 이 문제는 결국 타결로써 금명간 해결지을 수 있을 것으로 우리는 보고있다.
다만 지도체제문제에 관해서는 단일 지도체제를 주장하는 측과 집단지도체제를 고집하는 측이 서로 맞서 여전히 당론통일을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신민당이 어떤 지도체제를 택하는가하는 문제는 동당 스스로가 결정할 문제이기 때문에 당밖에 있는 인사들이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다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신민당이 원내의석을 90가까이나 차지하여 차기정권을 담당할 가능성이 현저하게 늘어난 오늘, 신민당의 지도체제 문제는 비단 신민당만의 문제가 아니고, 한국 야당의 정권투쟁과 정권인수능력 배양과 직결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로서도 큰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무릇 야당이 정권을 맡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자면, 그 정당 안에 민주적으로 형성된 서열이 서있어, 정권투쟁에 이긴 경우, 행정부를 신속히 인수하고 일사불란하게 운영해 나감으로써 혼란과 불안이 깃들일 여유를 전혀 주지 않아야 한다.
지난날 민주당정권은 집단 지도제를 가지고 정권투쟁을 전개하면서 당내서열을 확정치 못한 채 총선에 이긴 결과 정권을 인수하게 되었으므로, 당내 위계질서가 혼란을 극하고, 파쟁에 영일이 없다가 간단히 넘어지고 말았다는 것은 오늘날의 신민당 간부들이 몸소 체험한바 있을 것이다.
이처럼 이론상으로 보나, 실제 경험상으로 보나 야당이 정권을 인수할 가능성이 늘어날수록 그 정당은 당내민주주의를 확립함으로써 유능한 톱·리더를 미리 선정하고, 그 영도 하에 당내서열을 확립해두었다가 그 순서에 따라서 인수한 정권의 권력을 분배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함은 구차스러운 설명을 필요치 않는다.
2년전부터 신민당은 명목상으로는 단일지도제를 채택해 놓았다하지만, 실지에 있어서는 대립하는 파벌간의 세력균형으로 당내 분열을 막기 위해 기실 집단지도체제를 취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이제, 새 지도체제의 수립을 싸돌고 명실이 겸전한 집단지도제를 채택하자는 의견이 유력해진 것은 ①전당수의 불투명한 행동으로 당원들이 당수 한사람에게 권력을 집중해주는 것은 위험하다 생각하고 ②총선 후 신민당내의 세력분포로 보아 인화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각파의, 대표를 망라하여 집단지도제를 만들어 가지고 이 기점에서 필요이상의 잡음을 일으키지 않으려는 신중론이 지배적이기 때문인 줄로 안다.
신민당내의 이와 같은 신중론은 동당이 이 시점에서 너무 조급하게 치열한 당권투쟁을 벌임으로써, 혹은 본의 아니게 입을지도 모르는 당 이미지 손상의 리스크를 예방한다는 뜻에서는 물론 현명한 일이다. 그러나 무릇 정치권력의 귀속문제가 걸려있는 정당간, 또는 정당 내 파벌간의 세력경쟁에 있어서는 다소간의 잡음이 으례 따르기 마련인 것이요, 그 자체를 죄악시할 필요는 조금도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신민당내의 신중론을 지지하는 것은 5백만 명에 가까운 유권대중의 지지를 얻어 이제 우리 헌정상 유례없는 대 야당으로 등장한 신민당으로서는 그들의 자체판단으로 보아 국회가 개원하기도 전에 치열한 당권투쟁을 벌임으로써 행여나 국민에게 싸움만 벌이는 야당이라는 나쁜 인상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스스로 이를 회피하는 것은 만부득이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이제 집권을 바라보게된 신민당이 앞으로 더욱 효과적인 대여투쟁을 벌이고, 빈틈없는 수권태세를 갖추기 위해서는 어차피 강력한 단일지도체제를 채택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결코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다.
신민당은 당내파벌간의 충분한 사전타협과 민주적인 단합을 통해 되도록 빠른 시일 안에 강력하고 선명한 새 야당의 이미지를 국민 앞에 보여주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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