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장 심각한 기름 값 인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기름 값이 마침내 올랐다. 인상폭은 공장도가 평균 19·5%, 최종 소비자 가격 17·1%로 낙착되었다.
원유 값이 결정된 뒤에 제품 값을 올릴 것으로 여겨져 왔으나 상공부는 2일을 기해 제품 값 인상부터 전격적으로 단행해 버렸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이 풀이된다. 즉 정부가 현재 걸프와 칼텍스 측의 수락 여부를 기다리고 있는 원유 값 조정안은 더 이상 흥정할 생각이 없는 최종안이기 때문에 수락이 거의 확실시되며 설사 불만이 있더라도 제품 값 인상폭을 미리 확정해 버림으로써 전기 조정안을 기정 사실화 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보인다.
지난해 3월17일 13% 인상 이후 1년2개월 여만에 단행된 이번 기름 값 인상 조치의 내용은 유종별로 차등을 둔 점에서 지난번과 유사하다. 그러나 구체적으로는 ⓛ도시민의 취사 및 난방용 연료인 동시에 전기 없는 농어촌의 등유 값을 가장 많이 (공장도 39·5%, 소매 33·3%) 올린 점 ②지난번 각각 1백25%와 1백%씩 올린 프로판과 부탄 등 「개스」유 값은 인상 대상에서 제외한 점 ③나프타 (6%) 와 용제 (35%) 등 일부 예외가 없지 않으나 산업용 연료의 대종인 「벙커·C」유를 비롯한 기타 유류는 18%∼19·5%로 인상률에 큰 차이가 없는 점등을 특색으로 지적할 수 있다.
이 기름 값 인상이 금후 국민 경제와 물가 체계 전반에 미칠 영향은 실로 심각할 것이다.
경제 기획원 당국은 이번 인상이 직접 물가 지수에 미칠 영향이 도매 0·4%, 소비자 0·09% 라고 말하고 있다.
과연 그 정도 밖에 안될까 의심스럽지만 일단 그것을 받아들인다 해도 연관 산업의 「코스트·푸쉬」로 인한 간접적인 물가 상승 압력은 현 단계에서는 추정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클 것이다.
근대 산업 치고 기름과 관련이 없는 것은 거의 없다. 그 중에서도 특히 전력·철도·기타 운수업·수산업·고무 공업·화학 공업 등은 연관도가 높다. 따라서 기름 값 인상은 필연적으로 이러한 공업 제품 가격과 서비스업의 요율 인상을 유발한다.
전력의 경우는 벌써 10∼15% 인상세가 나도는 형편이며 「택시」「버스」요금과 철도 요금 인상 요구가 조만간 양성화할 전망이다. 전기 요금이 오르면 기름 값과 직접 관계없는 다른 공업 제품과 「서비스」업에 다시 원가고를 초래할 것이다.
등유 및 경유 값의 인상은 일반 국민의 광열비 부담을 그만큼 가중시키게 될 것이며 동시에 목욕 값과 대중 음식 값 등 각종 협정 요금 인상을 부채질하게 될 것이다.
이번 기름 값 인상 조치가 국민 경제 전반에 연쇄적으로 미칠 이와 같은 심각한 파급 효과 말고 또 한가지 우려되는 것은 그것이 정유 업자들의 불만 속에 단행되었으며 때문에 조만간 또 한 차례의 인상 요구가 제기될 소지를 남겨두고 있는 점이다.
유공과 호남 정유 등 메이커들의 이해와 직결되는 가격은 평균 19·5%가 오른 공장도 값이다.
정부는 이 인상폭을 결정함에 있어서 지난해 11월 이후 세 차례의 원유 값 인상과 과거 1년간의 환율 상승률을 감안하는 한편 관세 면제 등의 지원 효과를 공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원유 값 인상 폭 자체에 불만인 메이커 측은 조만간 원유 수송비 인상이 불가피하며 또 높은 금리와 막대한 차관 원리금 부담, 그리고 환율이 계속 상승하고 있는 마당에서 19·5%는 너무 낮다고 불평, 최소한 30%는 올려야 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정부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원유 수송비에 관해 걸프와 칼텍스 등 공급 회사 측은 「배럴」당 10∼15센트의 인상을 강력히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일본이 이미 작년 7월 10센트 가량의 인상을 허용한 사실로 미루어 우리도 언제까지고 버틸 수는 없을 것으로 생각되며 따라서 기름 값은 어쩌면 내년 초쯤 또 한번 오르지 않을까 전망된다. 만약 이러한 관측이 사실이라면 정부는 공장도 값을 올려주는 대신 세율을 인하 조정, 소비자가격 인상을 피하는 방법을 강구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유공과 호남 정유에 추가하여 경인 에너지가 이제 정유 산업 대열에 본격적으로 참여할 경우 서로 엄청난 차이가 있는 3사의 제조 원가에서 파생될 문젯점은 현안의 가격 정책과 함께 정부의 또 다른 두통거리로 등장할 전망이다.
끝으로 유통 업계의 마진 문제가 있다. 평균 17·1% 인상에 그친 최종 소비자 가격과 19·5% 오른 공장 출고가와의 차액이 곧 대리점과 주유소 등 유통 업계의 이윤 마진인데 이들은 이번 기회에도 그 현실화 요구가 만족스럽게 관철되지 않은데 불만을 표시할 것이다.
유통마진은 이번에 휘발유의 경우 고급이 종전의 ℓ당 5원39전에서 6원63전, 보통은 6원27전 (종전 6원13전), 그리고 등유 7원5전 (5원85전), 경유 4원47전 (4원68전)으로 경유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약간씩 인상 조정됐으나 5년간 참아왔다는 그들이 이 정도에 만족하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변도은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