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정당사회기조의 확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4·27 대통령선거에서 여당이 이기고, 5·25국회의원 선거에서 여·야 의석이 거의 평형을 이루어 놓은 결과를 가지고 7월1일에는 제3공화국하 제3대 대통령이 취안하고, 7월7일에는 8대 국회가 개원하게 된다. 박대통령이 계속 재집권을 하게 되고, 국회 역시 지금까지의 여당이 그대로 다수당의 위치를 지키게 되었으니 대통령취임과 8대 국회 개원이 별로 새로운 의의를 가지지 못할 것이라는 논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박대통령의 3선 임기는 그로서의 마지막 임기인데다가, 박대통령은 지난번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부정부패일소와 재야인사 기용을 다짐했다는 점과 또 국회의 의석분포 면에 있어서도 우리 헌정사상 처음으로 여·야 균형으로 입법부구실을 할 수 있는 조건이 조성되었다는 점등으로 미루어 우리는 오는 7월을 한국정치사상 새 시대가 시작되는 획기적인 기점으로 보고, 많은 기대를 걸고 싶다.
이처럼, 오는 7월부터 우리나라 정국에 하나의 새 시대가 시작하는 것으로 본다면, 6월 한 달을 우리는 짧은 과도기로 선정하고, 양대 선거의 여파로 우리사회에 조성되었던 모든 비정상적인 것을 신속히 바로 잡아 정상적인 사회질서의 기조아래 밝은 정신적 환경을 조성하여 한국이 보다 높은 차원에서의 발전을 추구할 수 있는 기풍을 진작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정치적인 면에서 선거의 과열이 자아냈던 당파적인 대립감정과 사원을 깨끗이 해소하고 하루속히 국민총화의 터전을 닦아 놓아야 한다. 선거란 국민이 심판하는 것이요, 따라서 투표로써 당락이 확정된 이상, 경쟁하던 정당이나 후보자는 모두 그 결과를 승복하고 승자와 패자가 서로들 상대의 선전분투에 경의를 표하면서 악수를 교환할 줄 알아야 한다.
자기가 이겼으면 선거가 공명정대했다하고, 자기가 졌으면 선거가 부정투성이었다고 주장하는 버릇은 결코 작금에 시작된 폐단은 아니지만 정치인이나 정당들이 이처럼 자기본위의 판단을 벗어날 수 없으므로 선거가 끝난 뒤에도 두고두고 보복의 기회를 노리게 되고, 또 이 보복행위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씻을 수 없는 원한을 품게 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국민이 심판한 결과를 승복치 아니하고, 보복과 원한의 악순환이 되풀이된다고 하면, 우리나라는 정치적으로 언제까지라도 무한정하게 분열되기 마련이다. 우리가 경계하는 것은 바로 이 점인데, 이 문제와 관련하여 주의를 환기하고 싶은 것은 특히 여당이 정부권력을 빌어 가지고 야당을 지지했던 국민을 못 살게 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다음, 사회전반의 정상기조확립을 위해서는 통치자도 피치자도 철저한 준법의식을 함양하는데 적극 노력해야 한다. 선거기간 중 정부·여당은 갖가지 선심공세를 벌여 투표를 유인키 위해 국민의 범법행위 중 경미한 것은 이를 묵인하거나 또는 방임해 두었던 것인데 이러한 방임정책은 원내가 준법의식이 약한 일부 국민으로 하여금 더욱 법질서를 문란케 하고 사회적인 혼란을 자아내게 했었다. 우리 민족은 수십·수백 년을 두고, 강권통치에 습성해 왔기 때문에 다소라도 자유의 폭을 넓혀주면, 제멋대로 날뛰어 자칫 법질서를 흔들어 놓는 경향이 있음을 유감스럽지만 부인치 못한다.
이런 국민들이 정권교체여부를 결정하는 선거기간 중 흡사 「무법천지」와도 같은 상황을 조성하기 쉽다는 것은 어느 정도 불가피했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준법의식의 이완이 국민의 공동생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심대함을 생각할 때 우리는 선거운동기간중의 법질서의 해이를 결코 가볍게 보아 넘겨서는 안 된다. 정부당국이 법질서의 신속한 재확립을 서둘러야 할 이유는 바로 여기 있는 것인데, 앞으로는 평상시나 선거 때를 막론하고 반드시 법질서를 엄격히 지켜 나가야 한다.
다만 법질서 재확립을 구실 삼아, 국민에게 「기합」을 넣는 것 같은 인상을 주는 법의 운영방식이 지양되어야 한다는 것은 더 말할 여지도 없다.
끝으로, 우리사회의 모든 부문에 걸친 정상기조가 확립되고, 국민생활에 있어 곧은 사회정의가 구현될 수 있는 선결조건은 장기집권에 따르는 부정부패와 사치낭비의 풍조를 일소하는데 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 과제를 해결키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 무엇인가를 정부당국은 짧은 시일 안에 마련하여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발표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해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