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 경제] '혼잡 통행료' 왜 받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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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틴틴 여러분,시내로 출근하는 부모님들이 교통 혼잡때문에 고생하신다는 얘기 들어봤죠.특히 인구가 몰려있는 서울 시내의 경우 낮시간엔 승용차로 다니기 힘들 정도랍니다.

혹시 낮 시간에 서울 남산의 1·3호 터널을 지나가 본 적이 있나요?평일은 오전 7시에서 오후 9시까지,토요일은 오후 3시까지 운전자를 포함해 두 사람 이하가 타고 있는 승용차나 승합차는 이 터널을 지날 때 2천원을 내야 합니다.이 요금을 공식적으로 ‘혼잡 통행료’라고 부릅니다.

혼잡 통행료는 교통을 혼잡하게 만드는 사람에게 돈을 물려 꼭 필요하지 않은 사람은 자가용 승용차를 타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도심의 교통체증을 줄이자는 것이죠. 우리나라는 1996년 11월부터 남산 터널에서 혼잡 통행료를 거두기 시작했답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혼잡 통행료를 부과하기 시작한 이후 실제로 남산 터널의 통행량이 줄고 통행 속도는 빨라졌다고 합니다. 이 제도를 시행하기 전에는 터널 통행속도가 평균시속 21.6㎞였는데, 최근엔 48.9㎞로 빨라졌다는 것이죠.

영국 런던도 지난달 17일부터 혼잡 통행료를 부과하기 시작했습니다. 런던은 중심가를 통과하는 모든 승용차에 대해 서울보다 훨씬 비싼 하루 5파운드(약 9천6백원)의 통행료를 물리고 있습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의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30분에 시내의 대부분인 21㎢를 지날 경우 통행료를 내야 합니다.

중심가 주변에 2백개의 요금소가 설치돼 있으며, 돈을 내지 않고 그냥 지나칠 경우 40파운드(약 7만6천8백원)의 벌금을 물립니다. 런던은 이번 혼잡 통행료 징수로 교통량이 약 15% 줄고, 이동시간이 최고 30% 빨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혼잡 통행료가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겠죠. 그러면 혼잡 통행료가 어떻게 이런 효과를 내는지, 경제적으로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아볼까요.

교통 혼잡을 해결하는 방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답니다. 하나는 아예 차를 가지고 다니지 못하도록 직접 규제하는 방법입니다. 또 하나는 가격을 통해 해결하는 방법이죠.

직접 규제하는 방법으로는 열흘 만에 한번씩 차를 가지고 다니지 못하도록 하는 차량 10부제가 있습니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은 이런 직접규제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국민의 기본적인 생활권을 제한할 수 있고, 자칫 규제를 하기 위한 비용이 더 들어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에너지 절약 등을 위해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면 직접규제를 하는 게 좋지 않다는 것입니다.

가격을 통해 해결하는 방법은 시장기능을 활용하는 것이어서 경제학자들이 좋아하는 대처법이기도 합니다. 혼잡 통행료를 예로 들어봅시다. 교통이 혼잡하면 많은 사람의 귀중한 시간이 낭비되고 차량의 공회전이 늘어 도심 공기도 오염됩니다.

이런 보이지 않는 경제적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는 사람을 얼마 태우지 못하는, 그래서 비효율적인 자가용 승용차의 통행량을 줄이고 사람을 많이 태우는 버스의 통행량을 늘리는 방법이 있겠지요. 자가용 승용차의 통행량을 줄이려면 자가용 운전자들이 부담하는 비용을 늘리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자가용을 몰고다닐 때 들어가는 비용이 비쌀수록 자가용을 덜 몰게 될테니까요. 혼잡 통행료가 바로 그런 역할을 합니다. 비싼 통행료를 내더라도 자가용 운전이 필요한 사람들만 도로를 이용할 수 있게 하기 때문에 가장 효율적이고 세련된 방법으로 한정된 자원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죠.

도심 주차료나 기름값을 올리는 것도 가격을 통한 교통난 해소책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러나 기름값을 조정하는 정책은 너무 광범위하게 경제생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직접적인 도심 교통난 해소책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름값을 올리면 시골의 한적한 도로를 이용하는 차량도 함께 줄어들 테니까요.

혼잡 통행료 부과로 여러가지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먼저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제도에 대한 신뢰가 급속히 떨어지면서 오히려 반감만 키울 수 있습니다. 혼잡 통행료를 피하려는 차량으로 인해 중심가 주변 도로의 체증이 심화되고, 혼잡료가 징수되는 시간대를 전후해 차량이 대거 몰리는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 부자나 가난한 사람 모두 똑같은 액수의 혼잡세를 내야 하니까 상대적으로 서민들의 생활고만 가중시킨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 때문에 많은 도시가 혼잡 통행료를 물릴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부작용과 시민들의 반대 여론을 의식해 선뜻 시행하지 못하고 있답니다. 결론적으로 말해 혼잡 통행료는 시내 도로를 이용하는 비용 또는 시내를 오가기 위한 비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관련된 비용을 높임으로써 시내 도로의 이용을 줄이겠다는 취지죠. 가격을 올리면 수요가 줄어든다는 경제학의 수요.공급 원칙이 적용된 것입니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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