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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한국형 산학협력 모델 만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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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계형
단국대 산학부총장
산학협력선도대학사업협의회장

최근 산학협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전 세계적으로 창조경제를 잘 이룬 지역이나 국가는 예외 없이 산학협력을 잘하는 곳이기 때문일 것이다. 창조경제는 여러 측면에서 접근 가능한 개념이지만 공간적·시간적 클러스터를 통한 집단지능을 창출하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이 핵심 요소의 하나가 된다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를 압박하는 과제는 신세대의 근무 선호 형태에 맞는 고급 일자리 창출, 이미 대등한 경쟁력을 확보한 중국 제조업과의 경쟁에서부터 빠르게 변화하는 신개념과 융합기술,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들의 등장에 이르기까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이러한 변화의 씨앗들과 조짐들을 빠르게 흡수·적응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시켜 궁극적으로 국부 창출까지 나아가려면 새로운 변화를 담아낼 수 있는 제도·시스템·조직이 아주 유연해야 하며, 하나의 조직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산학협력은 아주 중요한 대응 메커니즘이다. 산학협력은 가장 유연한 조직 및 추진체제를 사안에 맞게 설계할 수 있으며, 그 범위도 공학·인문·사회·철학·예술 등 다양한 분야를 포괄할 수 있다. 조직설계도 대학뿐 아니라 연구소·공공기관, 필요에 따라서는 정부까지도 포괄하는 제3섹터 방식의 조직·네트워크형 조직설계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가장 다양한 조직실험도 가능하다. 이것은 산학협력의 방식과 내용·조직 모두가 창조경제에 가장 잘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이러한 배경에서 최근 산학협력선도사업(LINC사업)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산학협력 시도와 수단·내용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창조적 산학협력 활동을 보면서 산학협력 자체가 창조경제의 대상이 된 듯한 느낌도 든다. 이미 한국 사회의 많은 과제가 산학협력의 틀 속으로 녹아 들어가고 있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부패·병폐·범죄 문제들을 산학협력으로 해소하겠다는 시도까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산학협력을 통해 지역산업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개념을 뛰어넘어 산학협력은 이제 그 지평과 범주를 크게 넓혀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 기회에 산학협력의 영역 자체를 시장화해 협력기능을 대폭 활성화하고 이 시장에서 많은 일자리를 만들 필요가 있다. 한국 산학협력시장은 미국·유럽연합(EU)·이스라엘 등에 비해 아직은 상대적으로 열세다. 다양한 산학협력 중개시장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해 봐야 할 시점이다. 이를 위해 각 대학 산학협력단의 전문성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 민간기업의 산학협력을 담당하는 조직을 대폭 활성화하고 그들을 우대하는 풍토도 만들어야 한다. 민간 컨설팅 기관도 대폭 육성하고 민간 또는 국가 차원의 인증 자격증제도도 검토할 시점이 됐다.

 산학협력은 시대의 추세에 맞춰 꾸준히 발전해 나갈 것이다. 다양한 산학협력 활동들을 한국형 산학협력으로 모델화해 수출도 하면서 곧 크게 열리게 될 미래의 산학협력시장을 선점해 나가야 할 것이다. 최근 교육부와 외교부가 함께 동아시아·라틴아메리카 협력포럼의 주제를 산학협력으로 정하고 참가국 간 우수 사례를 교류·공유하는 시도를 한 것은 이러한 차원에서 매우 바람직한 시도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산학협력의 패러다임을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나가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이제 산학협력은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핵심 수단일 뿐 아니라 우리 시대 생존과 미래 경쟁력을 결정하는 시대적 명제가 됐다. 산학협력은 새 시대의 무한동력을 창출하는 ‘마법의 돌’인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이 비약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이계형 단국대 산학부총장 산학협력선도대학사업협의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