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테크 특강] 해외 투자할 때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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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최근 국내 주식시장이 침체를 면치 못하고 저금리 때문에 은행예금이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로 인기를 잃으면서 상당수 투자자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해외투자엔 우선 투자자가 스스로 채권이나 주식을 거래하는 직접투자 방식이 있다. 해당 종목의 내재가치 분석은 물론이고 투자대상 국가의 전반적인 경제 동향을 꼼꼼히 챙겨야 하는 데다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도 직접 관리해야 한다. 아무래도 전문적인 지식과 정보가 부족한 개인에게는 버거운 일이다.

따라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간접투자 방식이 보다 효과적이다. 대표적인 것이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해외투자펀드다.

국내의 은행이나 증권회사가 투자가들로부터 자금을 모집해 피델리티나 슈로더 등 해외의 자산운용사에 투자를 위탁해 운용 결과에 따라 고객에게 수익을 돌려주는 실적배당 상품이다.

해외투자펀드는 투자대상에 따라 채권형 펀드와 주식형 펀드로 구분할 수 있다. 채권형 펀드는 주로 미국 국채나 정부기관이 보증한 주택저당채권(GNMA) 등 안정적인 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투자대상이 안정적이라지만 국내 판매사가 투자운용사에 위탁을 할 땐 원화에서 외화로 환전해 송금하고, 자금을 돌려받을 땐 다시 외화에서 원화로 바꿔야 하기 때문에 환율 변동의 위험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 괜찮은 수익률을 기록하고도 환율의 급변동으로 인한 환차손으로 되레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요즘 판매되는 채권형 펀드들은 가입 시점에서 고객과 선물환 계약을 맺어 환차손을 회피한다. 이 계약에 따라 만기 시점에서 고객은 선물환 프리미엄을 받는데 비과세로 연 2.5% 정도다.

운용수익에 선물환 프리미엄까지 합하면 국내 정기예금보다는 높은 수익률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 채권형 펀드에 들 때 한가지 주의할 것은 미국의 채권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있으므로 향후 금리가 급상승할 경우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주식형 펀드는 외국의 성장주, 중소기업주 등 주식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채권형 펀드와 달리 수익률을 예측하기 힘들어 선물환 계약을 통해 환율 변동의 위험을 제거하기가 어렵다. 환율 변동과 주가 변동의 위험에 동시에 노출되는 셈이다.

그러나 투자대상 국가의 경제가 확실히 회복될 것으로 기대된다면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도 있다. 예컨대 미국 기업의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에 가입한 뒤 미국 경제가 오름세로 접어든다면 주가 상승에 따른 운용수익은 물론 달러화의 강세로 환차익까지 얻을 수 있다.

'계란은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격언처럼 올바른 투자방법은 위험을 고려해 투자수단별로 철저히 분산투자하는 것이다. 국내 상황이 어렵다면 해외투자로 선택의 폭을 넓히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권성호 외환은행 도곡역지점 PB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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