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중동원 헬리콥터가 한몫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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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초토화한 싸움터에서 무기도 없이 싸우는 거와 같다』-.
투표일을 하루 앞둔 24일 김홍일 신민당대표서리는 선거에 임하는 심경을 말하면서 『전국의 선거상황을 보고 받은 결과, 선거전의 결과를 예상하기 보다 현실자체가 너무 암담함을 느낀다』고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김대표는 예상 의석수에 대해 『투·개표과정에서 만이라도 부정이 없다면 개헌저지선인 68석(전국구 포함)은 될 것 같다』고 했으며 지역구에서 얼마만큼 당선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자신있는 말을 하지 않았다.
한편 호남지방을 마지막으로 지방유세를 마친 김대중 전후보는 『전국구의석까지 포함해 54석 정도를 얻지 않겠느냐』고 김대표서리보다 비관적인 전망을 했다.
김대중씨는 『관권·금권으로 막바지에서 야당이 20석은 더 잃게 되는 것 같다』고 이런 비관적 전망의 이유를 설명.
간간이 「헬리콥터」를 동원한 김종필 부총재와 백남억 당의장의 유세여행에는 「헬리콥터」와 관련된 일화가 많다. 「헬리콥터」구경에 청중을 뺏긴 일도 있지만 「헬리콥터」가 착륙전에 유세지역을 선회하면 청중들이 유세장으로 갑자기 모여들어 청중동원에 효과를 보이기도 한다.
월성에서 비바람으로 한참동안 착륙을 못해 고생했던 김부총재는 고성에선 뒷날개가 큰 나무에 부딪쳐 휘는 통에 비행기가 평형을 잃어 불시착을 하기도.
한편 백의장은 22일 하오 유세장소인 의성군 안계면을 못찾아 대구동촌 비행장에 두번이나 내려 급유를 받고 공중을 도는 통에 두시간 이상이 늦어 계속된 유세가 연쇄적으로 미루어져 청중을 붙들어 두느라 지역구 연사들이 고역을 치렀다.
『민주헌정이 무너져 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불편한 몸을 이끌고 마지막이 될 연단에 나섰다』.
정계일선에서 물러선 후 유성별장에 칩거하면서 외부와의 접촉을 끊고 있던 전진오 전 신민당대표위원이 22일 밤8시 대전역 광장에서 있은 신민당 박병배 후보 연설회에 모습을 보였다.
전고문은 『나라의 장래를 생각한다면 개헌저지선만은 확보할 수 있도록 신민당을 지지해달라』고 호소.
한편 전고문과 같이 찬조연사로 나선 김대중 전 신민당대통령후보 부인 이희호 여사는 『가난한 이 나라의 여성들에게 몇푼의 돈을 주고 술을 마구 퍼먹여 여성고유의 몸가짐을 길바닥에 뒹굴게 한 책임을 공화당이 져야 된다』고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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