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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시대의 종교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원광대학 교학 연구회가 주최한 제3회 「대학생 종교제」가 19∼20일 이리 원광대학에서 열렸다고 종립 대학 대학생 대표들과 예비교역자들이 참가한 이 모임에서 유병덕 교수 (원광대) 는 『새 시대의 종교상』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에서 발제 강연을 했다. 다음은 그 요지이다.
새 시대의 종교는 교회나 교리의 절대화에서 탈피해야 한다. 그리하여 종교는 모든 사람이 함께 살아나갈 생활의 지표를 제시하고 의미를 부여해 주어야 할 것이다.
개인과 개인과의 화합, 사회와 사회와의 연대성 또 국가간의 평화적 공존을 모색하기 위하여 종교는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임무를 띠고 있다. 고도화한 과학, 절대화한 개인주의, 생을 위협하는 전쟁 등을 조정할 수 있는 역동적인 실천을 종교가 보여주어야 할 때인 것이다.
「토인비」는 「암스트롱」의 달착륙 실황을 보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급속도로 발달한 과학 기술을 선용하느냐 악용하느냐의 선택은 과학 기술에만 의존하는 것이 인류의 천분이 아니라는 것을 상기하는 일이다. 우리는 사회적 윤리적 정신적 존재다. 인간성의 이러한 측면은 과학 기술면보다 더욱 중요하다. 위기에 처해 있을 때 우리는 도구나 기계없이도 생존할 수는 있지만 최소한 건전한 의지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
「토인비」는 우리가 수중에 넣은 이 선·악 양용의 거대한 힘을 정신적으로 지배할 수 있을 때까지 인류의 윤리를 드높이도록 노력하는 일이 오늘의 과제라는 견해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해온 것처럼 지구상에서의 습성대로 나간다면 달 착륙이 인류가 잉여 생산물을 어처구니없는 일에 쓴 것으로 기억될 것이다.
따라서 달착륙이 윤리적으로 정당화하려면 우선 전쟁 폐기와 관련이 있어야 한다. 달착륙귀환 계획의 성공은 시대 착오적인 민족주의의 고정 관념을 청산할 계기를 마련하며 나아가 그것이 윤리적으로 정당화하려면 지상에서의 전쟁 폐기와 관련될 때 비로소 역사적 사전이 된다고 그는 말하였다.
과학이 가져온 가장 큰 폐단은 성의 개방이며, 자유 정신의 남용이다. 스스로 지킬 바를 지키고 다른 사람에 해독을 안주는 책임있는 행위가 아쉽게 됐다.
「색스」의 개방은 특히 은폐되었던 여성들의 감정을 더욱 설레이게 하며 여가 선용이 강구되지 못한 도시인들에게 불안을 안겨줌으로써 고독한 잉여 인간만을 양산하고 있다.
개인주의가 가져온 가장 큰 폐단은 폭력의 발달이다. 스스로 「절대」임을 자처하는 현대인들은 스스로 영웅감을 실현하기 위해 폭력을 사용한다. 주먹은 가장 저차원의 것이요, 금력·권력으로 폭력은 발전한다. 요즘 사회에 지능적인 폭력은 눈에 띄지 않는 매우 기묘한 수단으로 벌인다. 한 개인이 집단을 이용하는 폭력은 특히 지도자의 의사 결정이나 정치가들의 정책 결정 속에 작용하는 것이다.
오늘날 과학을 동반해온 서양의 종교 (기독교) 그 자체도 반성이 요구되고 있다. 「올더즈·헉슬리」가 지적한 바대로 너무나 선택적이고 우월성을 조장함으로써 종교적 제국주의를 행하였다는 것이다.
앞으로 종교가 과학을 선용하도록 하는 권리를 회복하려면 동양 정신사에 흐르는 종교적 지혜 (포월성·겸속성)를 배워야 할 것이다.
결국 종교는 인간을 중심으로한 모든 생의 의미를 종합적으로 부여하려는 운동이다. 모든 사람의 영혼과 참된 자기는 자주의 그것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우파니사드」철학은 모든 객관적 대상의 본질이 『네가 바로 그것이다』의 귀결에 도달한다. 참된 깨달음은 회귀 사장에 유래된 것이다. 그래서 생의 창조적 진화를 위해 자연으로부터 깊은 뜻을 찾으며 인간사회에 높은 윤리를 제시하는 역할자가 새 시대의 종교인 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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