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노리지만 … 우리는 누린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영유권 주장에서 문화예술·체육행사로-’.

 한국의 독도 알리기 전략이 바뀌었다. 독도가 속한 경상북도가 중심이 돼 25일 ‘독도의 날’을 전후해 독도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각종 문화행사 등을 개최하는 것. 25일 오후 3시30분 서울·부산·대구·광주·대전과 강원도 강릉, 경북 안동 7개 도시에서 함께 ‘독도는 우리 땅’을 부르며 춤을 추는 ‘플래시 몹’을 선보이는 게 대표적이다. 29일에는 ‘안동차전놀이보존회’가 독도에서 전통 차전놀이를 한다. 과거 광복절이나 독도의 날에 즈음해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독도는 우리 땅’임을 알리는 광고나 우표 발행 등을 했던 것과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독도 알리기 전략을 바꾼 데는 이유가 있다. 독도는 이미 한국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섬. 이런 상황에서 국제사회에 대고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외치는 것은 외국인들에게 “뭔가 영유권을 다툴 소지가 있으니 저러는 것”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우파정권이 집권한 일본이 강경 대응해 ‘분쟁지역’으로 비칠 소지도 있다. 그러니 그보다는 국제적으로 주목받을 수 있는 문화예술·체육행사를 펼침으로써 관련 영상이 인터넷 등을 통해 퍼져나가 전 세계인의 뇌리에 자연스럽게 ‘독도는 한국 땅’이란 사실이 자리 잡도록 한다는 것이다. 경북도 최종원 환경해양산림국장은 “독도에 외국인이 관심을 가질 만한 볼거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 조용하면서도 효과적인 독도 보존 관리책”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런 전략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 5월 열린 ‘코리아컵 국제요트대회 경기’가 하나의 사례다. 경북 울진군 후포에서 출발해 독도를 돌아오는 1200㎞ 구간에서 미국·러시아 등 10개국 300여 명의 선수가 참가한 가운데 펼쳐진 경기였다. 이 경기는 45분짜리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져 현재 미국 전역에서 방영 중이다. 미국 3대 지상파 방송사인 ABC·CBS·NBC를 비롯해 스포츠 전문 케이블 MSG 등이 전국 각지를 돌아가며 9월부터 12월까지 내보내고 있다. 미국 선수 마이클 에번스가 “독도의 아름다움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하는 대목도 나온다.

 다큐멘터리를 만든 곳은 재미동포가 운영하는 뉴욕 소재 스포츠마케팅사 ISEA커뮤니케이션스. 이 회사 조현준 대표는 “요트라는 스포츠를 통해 독도를 알리는 게 목표”라며 “연말까지 미국에서 1억 명 이상이 다큐멘터리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도는 독도의 날인 25일 안동에서 ‘안용복예술제’를 연다. 조선 숙종 때 어부인 안용복은 1693년 울릉도에 들어온 일본 어민을 몰아내고 일본으로 건너가 독도와 울릉도가 우리 땅임을 확약받은 ‘원조 독도 지킴이’다. 이달 초에는 울릉군 북면 천부리에 안용복기념관이 문을 열었다. 다음 달 1일에는 이영희 패션디자이너가 어린이들과 함께 독도에서 ‘바람의 옷’ 등 한복 패션쇼를 선보인다. 앞서 7월에는 독도사랑 콘서트가 열렸다. 테너 임산 등 성악가 4명은 7월 15일 경북도립교향악단의 반주에 맞춰 독도 앞 선상에서 콘서트를 했다. 8월 15일 광복절엔 세계태권도본부 어린이시범단 등 20명이 독도에서 태권도 시범을 선보였다. 태권도를 통해 독도 수호 의지를 표현한 것이었다. 

대구=송의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