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셧다운 타협 뒤엔 모성 리더십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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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바버라 미컬스키(左), 수전 콜린스(右)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폐쇄) 사태가 2주째로 접어들던 10월 7일 밤(현지시간), 진 샤힌(민주·뉴햄프셔) 상원의원 사무실에 여성 상원의원들이 모여들었다. 전체 100명의 연방 상원의원들 중 여성은 5분의 1인 20명이다. 피자, 샐러드, 와인 등이 차려진 자리에서 여성 상원의원들은 셧다운 사태 해법을 놓고 즉석 토론회를 열었다. 뭔가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하루 뒤 열린 상원 전체회의에선 여성 상원의원 3명이 잇따라 발언대에 올랐다. 맨 먼저 연단에 오른 공화당의 수전 콜린스(메인) 의원은 “당파를 초월해 위기를 수습하는 데 힘을 모으자”고 호소했다. 그러곤 셧다운 사태를 해소하기 위한 중재안을 제안했다. 곧바로 민주당의 바버라 미컬스키(매릴랜드) 의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1987년 이래 최장수 여성 상원의원 기록을 이어가고 있어 의사당 내에서 ‘왕언니 상원의원’으로 불리는 미컬스키는 “기꺼이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세 번째 발언자인 리사 머코스키(공화·알래스카)도 “콜린스 의원의 안에 찬성한다”고 가세했다.

 상원 회의에서 공식적으로 협상파가 등장한 순간이었다. 결과적으로 여성 의원들이 주도한 온건타협론은 1주일 뒤 사상 초유의 국가 부도 사태를 막는 대타협의 서곡이었다고 시사주간지 타임은 전했다.

 협상론을 업고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가 협상에 나섰다. 뒤이어 양당 원내대표의 합의안 마련을 뒷받침한 ‘12인 그룹’이 결성됐는데, 그 절반인 6명이 여성이었다. 민주당의 에이미 클로버철(인디애나)·하이디 하이트캠프(노스다코타)·진 샤힌, 그리고 공화당의 콜린스·머코스키·켈리 에이요트(뉴햄프셔)가 그들이다. 특히 알래스카 상원의원 선거 당시 공화당 내 강경파 단체인 티파티 인사를 꺾고 당선한 머코스키는 당내 우파들로부터 낙선 위협까지 받았지만 “나는 티파티를 위해서가 아니라 미국을 위해 일한다”고 맞섰다. 12인 멤버인 존 매케인(애리조나) 의원이 “셧다운 사태의 해결사로 여성들이 판을 주도하고 있다”고 조크할 만큼 이번 셧다운 사태를 해결하는 데 ‘우먼 파워’는 거셌다.

 여성 의원들이 무시 못할 힘을 발휘한 건 상원의 위원회 위원장과 간사직을 맡은 여성 의원이 10명이나 됐다는 점도 작용했다고 한다. 리드 민주당 원내대표는 “상원 운영위원장직을 맡고 있는 미컬스키 의원의 경우 모두가 그녀의 눈치를 봐야 한다”고도 말했다.

 타임은 “여성 상원의원들이 이번에 자신들의 영향력을 실감한 만큼 앞으로 자신감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총기소유법·농업법 등 쟁점 법안들에서도 여성 의원들은 민주·공화당을 초월해 과감하게 초당파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콜린스 의원은 여성 의원들이 남성 의원들보다 더 타협을 잘하는 데 대해 “여성은 정치에서도 본능적으로 모성애적인 관점을 취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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